살아 돌아온 자의 슬픔- 전쟁 쓰레기
하진의 소설에 <전쟁 쓰레기(War Trash)>란 소설이 있다. 이 소설은 미국에서 펜 포크너상을 수상하고 플리쳐상 최종후보에도 올랐다.
주인공은 6.25 전쟁 때, 중공의용군으로 참전하여 포로로 잡히고 남한의 포로수용소에서 복역하다 전쟁이 끝난 후, 장개석이 통치하는 자유중국의 끈질긴 회유를 거절하고 자신의 고향이 있고 모택동이 통치하는 공산국가인 조국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목숨을 건 귀향이었지만 전쟁 쓰레기 신세로 전락한다.
"비겁한 놈!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동료들에게 부끄럽지 않냐?"
그들은 그가 돌아오기 까지 국민당 포로들 속에서 전향을 거부하고 변절자가 되지 않기 위해 겪은 천신만고를, 변절자란 단 한 마디로 단죄한다.
자유중국은 그에게 살 집과 여자와 자유를 외치며 자유중국으로 와줄 것을 회유했다. 그곳으로 돌아간 많은 병사들이 자유중국 국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전쟁 쓰레기로 낙인 찍혀 이전의 포로수용소에서의 삶보다 더 힘든 삶을 살아간다.
국가란 그렇다. 겉으로는 번듯한데 자세히 보면 탐욕스런 짐승과도 같다. 국가가 마치 정의와 진실로 치장한 것 같지만 그 치장을 한 꺼플을 벗겨보면 그속에는 탐욕에 찌든 인간들이 있다.
그들은 국가의 구성원인 백성들보다 100배 1000배를 쳐먹어도 만족을 모르고 더 먹을 려고 하는 인간들이다. 고장난 브레이크를 단 세단처럼 앞으로 질주할 뿐이다. 1%가 99%를 독식하는 길에 쳐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이다.
그들은 국가가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백성들이 총알받이로 부역으로 희생을 치렀는지 조금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국가가 잘못은 아니다. 그 잘못은 국가란 명칭 뒤에서 국록을 먹으며 반성을 모르는 탐욕자들이다.
하지만 언제나 손가락은 엉뚱한 자에게로 향한다. 포로가 되지 않았더라면 고향에서 약혼한 처자와 알콩달콩 살았을 청춘이 국가의 부름에 따랐고 포로가 되어 전향하지 않았고 살아돌아왔다는 이유로 그 손가락질에 희생을 당한다. 엉뚱하게도 그 손가락질을 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희생될 수 있는 같은 입장에 서있는 자들이다.
우리의 리더란 자들도 조금만 더 들여다 보면 군대, 자식들의 국적, 재산형성, .... 유승준이 생각난다. 그는 이제 낙인이 찍힌 지도 오래 되었고 발버둥도 쳤지만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조국에서 쫒겨난 지 10년도 훨씬 넘었다.
나는 그의 잘잘못을 지금 말하고자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유승준 자신의 해명을 자세히 듣지는 못했다. 언론은 그의 변명의 기회를 주지않고 쉬지 않고 공격을 해댄다. 가끔 청문회서 자녀의 국적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형평의 의혹이 솟아오른다.
언론은 유승준과는 달리 그런 권력자들의 자녀들에게는 침묵한다. 정보의 차단 속에 사는 리더란 자들이 어찌 자녀의 국적 문제 뿐이랴? 군대기피 등, 국가가 주장하는 가치에 위반될 경우 리더가 될 수 없다면, 지금의 야심찬 리더 지망생들은 군대도 자진해서 갈테고, 국적을 버리지 않을 테고, 불법적인 투기, 위장전입을 않을 것이고.......
하지만 그러면 리더가 되지 못하겠지? 지금의 리더들이 싫어할 테니까. 그들의 똥구멍을 핧아주고 충성맹서를 하고 도둑보다 더 나쁜 놈이 되야 리더가 될 수 있겠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는 깨끗하다고 주장하는 리더들이 넘친다. 이완구란 사람이 있었다. 그가 "공직생활 40년에 한 점 부끄럼도 없었다"라고 말하는 순간 나는 충격을 받았다. 이 땅에 예수와 같은 사람이 드디어 나타났구나! 무슨 말을 하리!
선거철이 왔다. 너도 나도 일 잘하는 리더, 깨끗한 리더라고 주장한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재임 기간 중 돈 한 푼 받지 않겠다는 사람은 없다." 그만 하자..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살아 남은 자의 슬픔>이란 시를 읊어본다.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분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 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 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한 자만이 살아 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싫어졌다.』
아도르노는 이 시를 읽고
『"아우슈비츠"이후 서정시를 쓰는 것은 야만』이라고 선언했다.
세월호 이후에도 나와는 전혀 관계 없다는 태도로 사는 사람들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