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와 하얀 연기
요즈음 대기의 비산먼지에 대하여 말이 많다. 정부는 고등어가 비산먼지의 주범이라고 말한다. 그 때 문득 나는 하얀 연기가 생각났다.
십여 년 전의 일이다. 이리 저리 지방을 떠돌면서 노가다를 할 때다. 어느 여름 날, 충남 대산의 석유화학단지 안에 있는 삼성종합화학에서 일을 하게 됐다.
첫째 날, 안전교육을 받고 나니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온통 하늘이 내 마음처럼 흐렸다. 석유정제를 위해서 세워 둔 탑 꼭대기에서 불이 뿜어 나오고 바람에 흔들리는 불꽃에서 커다란 소리가 짐승처럼 으르렁거렸다. 저녁을 먹고 숙소에서 나와 밖을 보니 석유플랜트들은 보석을 두른 듯 비행등을 깜빡이고, 비 내리는 검은 하늘에 석유화학단지의 플랜트는 하얀 수증기와 연기를 뿜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 괴물을 형상화한다. 알라딘의 요술램프를 빠져나온 거인이 ‘무엇을 원하시나요?’하고 묻는 것 같다. 야간 조명의 불빛 아래로 비가 빗살무늬를 내며 흩뿌린다.
둘째 날, 날이 맑아졌다. 플랜트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하얀 연기가 피워 올라 하늘을 가득 채웠다. 플랜트 공장에는 지붕이 없다. 비산하는 하얀 연기와 이름 모를 가스(질소를 비롯한 화학 가스)가 마음껏 공중으로 올라가도록 지붕을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붕이 없어서 비오는 날은 공치는 날이다.
저녁에 식사를 끝내고 마당에 놓인 평상에 누웠다. 하얀 연기에 가려 하늘에 별이 보이지 않는다. 식당주인이 하는 말, “여기는 겨울에 눈도 안 와요. 하늘이 썩었거든요.”
하얀 연기는 검은 연기에 비해 욕을 덜 먹는다. 대기업일수록 하얀 연기를 많이 내품는다. 어느 흐린 여름 날 내가 작업할 때, 저기압으로 하얀 연기가 하늘로 오르지 못하자 비릿한 냄새가 작업장 근처로 몰려왔고 급기야 근로자 한 사람이 쓰러졌다. 그날 작업은 일시로 중단됐다.
선진국들은 석유화학 단지를 후진국으로 옮긴다. 1984년, 인도의 보팔에선가 유니온 카바이드란 회사의 가스누출 사고로 2만 명이 넘게 죽었고 아직도 그 후유증이 다 치유되지 않았다.
지금도 대산에서는 검은 연기에 비해 한 없이 관대한 정부의 통제 아래 하얀 연기가 힘차게 올라갈 것이다. 그곳의 적설량이 얼마인지는 모른다. ‘설마 대산과 대산 석유화학단지에는 겨울에 눈도 오지 않을까?’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하지만 고등어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라고 하는 말을 듣자 대산의 하얀 연기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