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정부
[ 북소리 나팔소리 ]
9시면 울리는 북소리
북! 북! 북! 북!
이어서 들리는 나팔소리
나팔! 나팔! 나팔! 나팔!
50년 넘게 들어온 그 소리에
내 귀는 찢어지고 내 가슴은 터지네
누구는 북소리로 권력을 얻고
누구는 나팔로 부귀를 얻었다 하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는 어디 있느냐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은 왜 숨을 죽이느냐
아! 노파들의 나라여
그 마음일랑 부디 유전하지 말게
노무현 정부 때 31위였었던 언론자유지수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는 69위 70위로 역대 최저라 한다. 하지만 언론자유지수가 70위라도 청와대는 관심도 없다. 최근 KBS 보도통제와 관련하여 그들은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을 뿐이란다. 본연의 임무라니? 결국 지금도 똑 같은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말이다.
세월호 참사로 많은 사람들이 어린 학생들이 죽어가는 데도 그들의 대화 어디에도 그들의 안위에 관한 말은 한마디도 없다. 그들은 인간이 아니다. 휴머니즘이 없는 그들은 단지 인간의 탈을 썼을 뿐이다. 적어도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게 인간이다. 그것은 실수였다고 말해야 한다. 왜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것은 국민이 우습게 보이기 때문이다. 언론을 손에 쥐었는데 무서울 게 없다고 본 것이다. 그들에게 대중은 중구난방이 아니라 중구이방(衆口易防)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배웠다. 기나긴 반만년 역사를 가진 우리는 한민족이고 같은 언어와 글을 쓰는 동포라고 배웠다. 그 긴 역사에 비하면 우리의 분단은 잠시라고 배웠다. 이제 어른이 되었다. ‘원수도 사랑하라’는데, 미움으로 일생을 보내기엔 나의 마음이 모질지 못하다. 우리의 자손들을 위해 미움만은 유전하지 말자. 노파의 노파심이 아니라 용기 있고 정의로운 사랑의 마음을 전하자. 화해하고 용서하는 길을 찾고 통일된 조국을 물려주는 것이 아니 그것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양심 있는 어른의 길이 아닐까?
주말의 아침에 빗소리를 들으며 이글을 쓴다. 사진을 하나 올린다. 관람석에선 관현악단의 연주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 조금 후면 연주가 시작된다. 그런데 그 연주가 만일 북소리와 나팔소리로 꽉 채워진다면 우리는 무척 고통스러울 것이다. 무지개가 일곱 빛깔이어서 아름답듯이 여러 악기가 조화를 이룰 때 아름다운 음악이 되지 않겠는가? 우리의 나라도 그렇다. 하나도 잘못된 게 없다고 우기는 정부가 아니라, 겸손하고 국민을 사랑하는 정부가, 휴머니즘이 살아있고 정의와 사랑이 살아있는 아름다운 정부가 되기를 바래본다.
이제 곧 연주가 시작될 것이다. 청중들을 위해 아름다운 음악이 연주되길 가슴 터지게 기다린다. 오! 위정자여! 증오를 연주하지 말지어다. 거짓을, 욕심을, 부정을 버리고 사랑을 연주해다오. 진실을, 겸손을, 청렴을 연주해 다오. 우리의 아름다운 정부가 되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