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과 욕심 많은 사람들
[ 지진과 욕심 많은 사람들 ]
지난 7월 5일 오후 8시 33분경 울산 동쪽 52㎞ 해상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장맛비가 지나가고 한숨 돌리던 시간에 발생한 지진에 시민들이 깜짝 놀라 대피하는 소동도 벌어졌습니다.
지진 발생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지역에 속하는 경주, 울산, 부산 부근에는 많은 인구가 밀집된 지역이기도 합니다. 경주 방사능폐기물처리장을 유치할 때는 온 지역주민이 열화와 같이 찬성하여 다른 지역을 제치고 유치하여 갔습니다. 울산과 부산에 걸쳐 위치한 고리 원자력발전소는 조만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의 원전을 보유한 최대 규모의 원전 단지가 될 예정입니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원전인 고리 1호기가 여전히 가동 중이며, 건설이 완료된 2개의 원전이 곧 추가로 운영을 시작하면, 원전의 총 개수는 8개가 됩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원전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에 2개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입니다.
경제적인 이익이 되면 무엇이든 유치하는 지역주민의 욕심은 가히 혀를 내두를 지경입니다. 같은 지역에 총 10기의 원자력발전소를 짓는 그들을 보면 쇠를 닥치는 대로 먹었던 영생불사의 불가사리가 생각납니다. 소돔과 고모라라는 도시도 생각납니다. 또 바벨탑도 생각납니다. 그들의 욕심이 두렵습니다. 방폐장이나 원전의 관계자들은 이번에도 하나 같이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제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하지만 욕심이 눈을 가리면 어떤 이야기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겁니다. 경제, 경제하면서 위정자와 국민 모두가 외치는 가운데, 자연을 망치고 정의를 헐고 인간소외의 길을 가속화시키는 욕심의 화신들은 막을 길이 없어 보입니다. 최면에 빠진 그들은 쓰나미가 눈앞에 덮이기 전까지는 “우리 지역에 유치!”를 계속 주장할 겁니다.
자연은 소중합니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라고 노래하던 시절에는 강에 가서 강물을 만지고 수영하고 천렵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직접 자연과 소통할 수가 있었죠. 하지만 4대강 개발 등, 개발의 열풍이 몰고 간 후에는 모두 다가갈 수 없는 강이 되었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다가 ‘셀카봉’으로 사진 찍다가 오는 강이 되었죠. 사실 우리는 강을 빼앗긴 겁니다. 시간이 흐르면 우리는 모든 자연을 빼앗길 것이며 우리의 자녀와 후손들은 영상으로 밖에 자연을 볼 수가 없을 겁니다.
그 지역에 공항유치가 실패했다고 실망하는 지역주민들의 뉴스를 들을 때 여건만 허락한다면 공항도 더 지어주고 방폐장도 공단도 원전도 더 지어주고 “이제는 그만 유치해 주세요!”라고 아우성 칠 때까지 유치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해방 이후에 가장 많은 국부(國富)를 소비한 지역이면서도 말입니다. 그들은 지진이 전혀 무섭지도 않은 용감한 사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