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촌충
[ 게임과 촌충 ]
바야흐로 게임의 전성시대인 것 같다.
전철 안이든 버스 안이든 게임하는 사람이 꼭 있다. 어느 곳에 가더라도 게임은 멈추지 않는다. 삼천리 방방곡곡, 아주머니들도 예외가 아니다.
언젠가 카카오 톡에서 게임과 관련해 문자가 날아왔다. 게임 중에 급한 나머지 문자를 보냈겠지만 전혀 게임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에게서 날라 온 게임 관련 문자는 어이가 없었다.
명절날도 예외는 아니어서 아들과 조카들도 이 방 저 방에서 게임과 관련된 무언가를 하고 있다. 달라진 점은 서로 컴퓨터를 차지하려고 싸우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저마다 핸드폰을 들고 모바일 게임을 즐기고 있다. 아마 모바일 게임이 대세인 모양이다.
아내는 모처럼 명절날 나에게 아들과 대화를 나누길 권한다. 하지만 게임에 정신이 없는 아들과 대화하고픈 마음이 없어졌다. 아들은 자면서도 게임을 한다. 컴퓨터 화면은 꺼진 것 같은데 본체는 돌고 있다.
나는 아들과의 대화가 어렵다는 것을 안다. 이미 게임을 하는 정도를 넘어 중독에 가까운 사람들은 대화를 하기가 어려운 사람들이다.
원인은 그들이 기생충- 그중에서도 촌충-에 감염되었기 때문이다.
촌충이란 놈은 작은 것은 1㎜부터 큰 것은 15m 이상 되는 것도 있으며 갈고리촌충은 길이가 2~3m 너비가 5~6㎜이라고 한다. 이놈들은 간이나 소화관에 침범하고 사람의 창자 안에서 생활하고 있다.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검증이 안 된 얘기다. 즉 믿거나 말거나이다.
촌충은 게임할 때 분비되는 도파민이라는 신경호르몬을 좋아하는 것 같다.
게임 중독은 도파민이라는 신경호르몬이 과잉 분비되면서 일어난다. 일시적인 충동을 넘어 중독 수준에 이르면 전두엽에서 해마에 이르는 대뇌 중독 중추가 활성화되고, 이 과정에서 쾌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를 계속 타오르게 하는 것이 도파민이다. 그 종류가 무엇이든 강렬한 중독성 자극이 도파민 분비를 늘리는 것이다.
촌충은 분비되는 도파민에 흥분을 느끼며 무럭무럭 자란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즐거워서 게임을 한다. 하지만 체내에 있는 촌충이 자라서 도파민을 더 원하면 사람들은 이제 촌충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려고 게임을 한다.
촌충은 이제 그 사람을 지배하게 된다. 갈고리를 뇌에 처박고는 도파민 외에도 각종 인스턴트식품을 요구하게 되는데 사람들은 교묘한 촌충의 요구를 자기도 모르게 따르게 된다.
예를 들어 촌충이 팝콘과 콜라가 먹고 마시고프면 영화관에 가라고 촌충에 감염된 사람들을 충동질 하는데, 결과적으로 사람들로 하여금 영화관 안에서 팝콘과 콜라를 먹고 마시게 만들고 촌충은 영화관의 음향 속에서 팝콘과 콜라의 맛을 음미하고 즐긴다.
나는 아들과의 대화 이전에 촌충을 퇴치할 구충제를 아들에게 먹이고 싶다. 촌충의 명령에 따라 콜라와 피자 등 인스턴트식품을 즐기고 게임을 하면서 도파민 호르몬을 쉬지 않고 촌충에게 공급하는 아들이 가엽다.
게임 중독문제는 아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청소년들이 촌충의 압제에서 속히 벗어나게 만드는 일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있다.
그 커다란 촌충이 용틀임을 하며 도파민을 요구하고 인스턴트식품을 요구해도 꿋꿋이 버티는 자랑스러운 청소년들이 많아지게 촌충퇴치정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촌충에 종속된 사람들은 게임을 그만하라는 얘기나 인스턴트식품을 줄이라는 권유에 화를 내거나 저항한다. 그러나 그것은 촌충이 하는 짓이다. 촌충은 뇌에 갈고리를 처박고는 뇌에서 화를 관장하는 부위를 자극해서 저항하게 만든다.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은 게임과 인스턴트식품을 즐긴다.
지금 나는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그만 하자. 믿거나 말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