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극, <아, 나혜석!>과 미투(Me Too)
[ 아, 나혜석! ]
100년 전, 대한민국 최초의 <미투(Me Too)>운동을 벌였던 정월 나혜석은 그 일 이후로 낙인이 찍혀 나락으로 추락한다. 낙인이 찍힌 양피지가 너덜너덜해지고 붉은 인주가 다 지워져가도, 그녀의 이름을 듣는 순간 사람들은 전광석화처럼 다시 낙인을 복원해 낸다.
여성은 현모양처이어야 되는 그 시절에 최린을 상대로 정조보상청구 소송을 벌였던 나혜석은 가문에서 쫓겨남은 물론, 언론들의 대서특필로 삼천리 방방곡곡에서도 파문에 처해진다. “애 키우는 엄마가?”라며 여자들도 모두 손가락질을 하며 등을 돌렸다.
나는 정월 나혜석을 변호하다가 많은 상처를 받았다. 맑은 정신이든 술자리에서든 거의 모두가 그녀를 욕했다.
그 당시 첩을 두고 기생집을 드나들던 많은 남자 예술인들이 예술원 회원도 되고 문화예술계 감투를 쓸 때도, 그녀는 길거리와 양로원을 전전해야 했다.
이제 대한민국에도 미투운동이 모든 분야에 걸쳐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문화예술계는 물론 정치계마저 흔들리고 있다.
서지현 검사의 ‘안태근 전 검사장 성추행’폭로로 힘을 얻은 미투운동은,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불리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도 수행비서 김모씨의 고발로 그야말로 핵폭탄급 위력 앞에 정치인생에 종을 치게 만들었다.
시극, <아, 나혜석>이 경기상상캠퍼스에서 5월 26일 공연될 예정이다. <2018년 수원연극한마당>에 저의 졸작으로 참가하는 것이다.
다시 가슴에 남았던 상처자리가 얼얼해진다. 아이를 시집보내듯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시켜 그 상처를 풀어보고 싶다.
님이여! 저의 조그만 노력이 훨훨 시공을 넘어 날아가서 당신께 자그마한 미소 한 자락이라도 남길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