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춘문예 유감 ]
한때 신춘문예에 기고를 했었다. 발표될 때마다 실망과 분노를 하고, 심사위원들에게 마음속의 감자를 먹이기도 했다. 더구나 일부 신문에는 나이를 기재하는 항목이 생기면서 나의 실망과 분노는 드디어 신춘문예에 대한 포기를 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해마다 신춘문예를 발표할 때면 신문을 사서 읽어본다. 그러다 또 실망과 분노의 찌꺼기를 떠올리게 되고 포기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젊은 심사위원들이니 버터냄새나 커피 향을 좋아하겠지, 신기하거나 이상한 직업 등등…
신춘문예 응모를 포기하고 나서 제법 시간이 흘렀다. 또 한 해를 맞고 신문을 펼치다 싱크 홀에 빠지듯 신춘문예를 들여다보았다. 시도 소설도 잘 읽었고 비로소 기분이 좋았다. 내가 수긍이 가는 소설이 뽑힌 탓인지 몰라도 미운 사람한테 사과를 받은 느낌이 이런 것일까? 어쩌면 심사위원들의 나이도 조금 더 들었을까? 신춘문예 응모에 나이를 적게 하다니? 가까운 일본 만 해도 나이 든 할머니가 수상했다는 소식도 들었었다.
신춘문예에 나이를 제한하고픈 마음이야 이해가 간다. 평생 간직하며 갈고 닦은 소설 한 편에 상을 주기에는 장래가 촉망되는 신인에게 주는 문학상에 걸맞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젊어야 출판사도 기대를 걸 수 있겠지. 신춘문예를 포기하니까 자꾸 글을 쓰는 일에 게을러진다.
그래도 마음 편하게 글을 쓰면서 연극도 몇 편 하게 되고 내 작품으로 공연도 하다 보니 그런대로 좋다. 내 블로그에 써놓은 글을 읽은 사람이 1만 명이 넘었고, 수원문학에 발표한 소설과 희곡, 수필도 조금씩 늘어간다.
올 한해에는 보다 많은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전업 작가는 아직도 멀었지만 틈나는 대로 진솔한 글을 써나가리라.
신춘문예여 더욱 발전하라. 비록 나하고는 인연이 안 되었지만은 한국문학의 발전을 위해 더욱 풍성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