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란 무엇일까?
작년 5월 비가 나리는 가운데 경기 아트센터에서 ‘나는 김덕수입니다’ 란 제목의 공연을
관람했다.
영상과 스토리, 그리고 멋진 연주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공연이었다.
영상 속에 자주 나타나는 영롱한 별을 닮은 물방울 같기도 하고 보석 알갱이 같은 색채덩어리들, 그리고
숲속에 자작나무 같은 것을 보며.........
한 겨울, 저 장구소리가 허공을 타고 오르고, 삼라만상의 소리가 장구소리에 화답하여 천지에서 몰려와
자작나무 가지에 앉은 눈을 떨어뜨리고, 그것이 또 울림이 되어 온 숲의 눈이 쏟아져 내리는 상상을 했다.
온 신명을 기울이고 몸을 흔들고 짐승 같은 소리를 입으로 토해내며, 때로는 연극대사로, 때로는 줄타기로,
새로운 예술의 경지를 오르기 위해 걷고 뛰는 그리하여 하나의 원과 또 하나의 원을 계속 만들어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또 나는 루마니아 태생의 ‘부랑쿠시’를 떠올렸다.
‘무한주!’, 숱한 예술가들이 용광로 같은 치열한 삶을 살며 추구했던 예술이란 게 결국은 무한주를 구성하는
하나의 장방형 덩어리, 다르게 다르게 추구해도 결국은 하나의 같은 결정체가 되어 허공을 향해 오르는
시지프스 같은 삶! 그리하여 늙고 죽고, 다시 또 이어지는 자연의 한 모퉁이….
열렬한 박수와 환호도 한 순간의 소리, 울림, 공연이 끝나고 계절이 바껴 겨울이 오면 쓸쓸하고 적막해지고.....
"나는 광대입니다. 광대는 한 없이 낮은 사람입니다만, 광대는 누구보다도 뜨겁고 순순한 사람입니다.
나는 광대이고 앞으로도 광대의 길을 갈 것입니다." 김덕수의 멘트가 진솔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저 불덩이 같은 사물의 소리와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원과 군무, 그럼에도 끝으로 이어지는 침묵!
나는 그 침묵 속에서 '진정, 예술이란 무엇일까?'를 곱씹어 봤다.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멈추어라. 순간이여.
넌 참으로 아름답구나"란 표현이 예술을 잘 표현한 것이라 생각한다.
악마의 손아귀에서의 구원이 그 말을 표현하는 순간 이루어지듯이, 그리고 시간을 멈출 수 없듯이,
이룰 수 없지만 예술가는 오로지 자신만의 순간을 찾아 예술을 추구한다.
그 순간 순간의 예술이 모여 영원의 무한주를 쌓아가는 과정이 예술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