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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노자(勞者)의 노래(7)- 개처럼 짖다

쥬띠 2011. 1. 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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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처럼 짖다.]

 

   개처럼 짖었다.

   "컹컹, 크르릉, 캥캥, 멍멍..... "

   내 입이 갑자기 주둥이로 변했다.

   외마디 말들이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하고 허공에 흩어졌다.

   쉼표와 마침표를 달지 못한 문장들이 으르렁거렸다.

   "껍데기는 가라." 그들이 천둥같이 소리쳤다.

   술어를 만나지 못한 주어와 목적어, 동사들이 서로 엉켜 싸웠다.

   오! 나는 개가 돼서 사람같이 으르렁거렸다.

   "개같은 놈들,,,,,,,,,,,"

 

   새 정부가 출범했다.

   "새 술에는 새 부대를, 노획물은 승리자에게(Spoils to the Victos)"

새 정부는 축배를 들며 헌 정부에게 철거를 명했다. 새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아침에 눈이 내렸다. 출근할 때 온 몸이 천근만근이더니 하얀 눈이 얼굴에 스치면서

기분이 상쾌해 졌다. 아파트 꼭대기에서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바라보는 것은 너무도

기분좋은 일이다. 풀 한포기 자랄 수 없는 이 척박한 현장에 비로소 따스함이 스며든다.

눈이 쏟아지는데도 철근조는 손길을 멈추지 않는다.

   "큰 일 났네, 벌써 어두워지는데,,,,,"

반장이 낯빛을 흐린다.

   "아! 지랄맞을 철공들, 눈 오는데 야근이라니?"

젊은 친구가 소리친다.

   "좀 쉬면 어디 덧나? 엣다 엿이나 먹어라"

다른 친구가 손목을 꺽어 철공에게 감자를 먹였다. 제각각 한마디씩 불평을 한다.

면장갑도 작업복도 땀과 눈에 섞여 다 젖어간다. 우리가 꾸물대면 형틀이 곧 들이

닥친다.

   "자! 그만 철수, 나머지는 내일하자. 어떻게 돼겠지"

드디어 반장이 소리친다. 

   중국과 조선족 교포가 대부분인 철근과 형틀은 쉬지 않고 일한다. 근로기준법은

이곳에 없다. 이 현장에서 두명이나 사고로 죽고 한 명이 식물인간이 됐다. 그들은

정말로 목숨걸고 일한다. 현장 곳곳에 중국어로

   "머리엔 안전모! 허리엔 안전벨트!"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야간수당도 휴일수당도 없다. 한달에 최대 두번 쉴 수 있을 뿐이다.

 

   퇴근길이다. 버스가 오지 않고 택시만이 분주히 지나간다. 주머니엔 달랑 동전 몇닢이다.

   "오늘같은 날엔 택시를 타야 되는데...."

버스정류장 앞 제과점 창문 속을 바라본다. 따스한 불빛에 비친 빵이 소담스럽다.

   "배가 고프다."

내리는 눈을 피하여 창가에 서있으니 상념이 꼬리를 문다.

 

   노가다 10년에 일당은 제자리인데 집값이며 물가는 수십배가 되었다. 건설업자들은 이익을

남기기 위해, 일당은 묶어놓고 공사기간은 앞당겼다. 해외에서 수많은 산업 예비군이 몰려왔다.

대공황시 미국의 캘리포니아 포도농장으로 몰리던 서부인들처럼.... 그들은 꾸역 꾸역 몰려왔다.

먼저와 자리를 잡으면 식구와 친.인척 그리고 친구들을 불러 들였다. 그들은 낮이고 밤이고 일했다.

아파트는 4일이면 한층씩 올라갔다. 한 동 꼭대기에 레미콘을 쏟아 부으면, 벌써 다음 동이

레미콘을 받고있다. 한 겨울이면 꼭대기에다 천막을 쳐놓고 바로 아래층에서 석탄난로를 땠다.

세멘트 양생을 위해 천막 틈새를 막아놓고 그 속에서 일했다.

   "내 치즈는 어데로 갔단 말이냐?"

 

   우리 직장이 '서정쇄신 대상 10대 기관'중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자체감찰을 통해

징계처분한 실적이 1등인 것이다. 한 해가 저물어 갈 즈음 지방에서는 징계심사를 받기위해

대상자들이 속속 올라왔다. 그들은 매일 복도를 서성이며 아는 얼굴을 만나려 안타까이

헤메었다.

"저...  김주사님! 저하고 차 한잔 하시죠?"

그렇지만 모두 바쁘다는 핑계로 지나쳤다. 혹자는 커피나 막걸리를 얻어 마시고, 혹자는

당직근무중 잠자다가, 서민대상 금품수수 등의  가지각색이었다. 년말에 대통령이 하사한

상금으로 회식을 했다. 5층 전체를 회식장으로 온통 잔치 분위기였다. 음악이 흘러 넘쳤다.

나는 갑자기 배가 아파 잠시 화장실에 가서 볼 일을 보고 있었다.

   "씨발 놈들! 지 식구 짤라놓고 잔치냐? 서정쇄신 좋아하네. 지네들은 다 요정에

쳐박혀 있으면서...."

술에 취한 다른 과의 계장이 소변을 보며 중얼거렸다. 나는 그 순간 얼어붙었다.

   "서정쇄신을 비웃다니?"

'서정쇄신'이 떠난 자리에 '정의사회 구현'이 다시 자리를 잡았다.

   "구호란 얼마나 멋들어진 것인가!" 

 

   정신이 번쩍 든다. 상념이 비로소 현실로 돌아왔다. 멀리서 흰 눈을 뚫고 버스가 온다.

   "'비즈네스 플렌드리'라 ..... 멋져부러"

 

   갑자기 이빨이 가려웠다. 

   "컹컹! "

나는 사람처럼 짖었다.

출처 : 만다라문학
글쓴이 : 공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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