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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 읽기 6 - 알렙

쥬띠 2014. 1. 27. 17:23

 

[ 알 렙 ]

 

1. 알렙을 읽으면서

    ○ 이게 소설일까? 그렇다면 사랑이야기일까? 사랑을 이야기했다면 어떤 종류의 사랑이야기일까?

    ○ 다른 것은 제쳐놓고 사랑만을 생각해 보자. 감정의 개입이 극도로 배제되었지만 화자의 베아뜨리스에

        대한 사랑은 단테의 베아트리체 사랑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 1921년 축제 때의 베아뜨리스로부터 영성체, 결혼, 이혼. 1929년의 죽음, 그리고 12년이 흐른 알렙을 본

        1941년까지 그는 그녀와 직접적인 사랑을 나눈 적도 없다. 그리고도 죽으면 끝나기 마련인 사랑이야기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 지루한 시를 들어주는 것도 황당한 알렙을 보기 위해 지하실에 들어가는 것도 사랑의 발로이다.

    ○ 이렇게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다만 세월의 풍화작용에 의해 베아뜨리스에 대한 기억이 망각될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까? 희망 없는 사랑이라니?

 

2. 줄거리

    ○ 나는 베아뜨리스를 혼자 사랑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1929년 2 월의 무더운 날 아침 병마로 죽었다.

    ○ 그 후에도 나는 매년 생일(기일이 아닌)인 4. 30에 그녀 집을 찾아가고, 나는 점차로 그녀의 남자사촌인

        ‘까를로스 아르헨띠노 다네리’의 환대를 받게 됨.

    ○ 1941년 4월 30일, 기존의 선물에 꼬냑 1병을 추가하여 방문함. 다네리는 현대인들은 모든 게 잘 구비되어

        있으므로 여행이란 전혀 불필요한 일일 거라고 말한다.

    ○ 그는 [지구]라는 제목의 시를 썼는데, 그가 진정으로 하고 있는 작업은 그 시로 하여금 찬탄을 받도록 하기

        위한 명분들을 창달해 내는 것에 있었다. 자연히 이런 후차적인 작업은 그에게 있어 그 작품이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지도록 만들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 10월 말경, 까를로스 아르헨띠노가 슬픔과 분노가 뒤섞인 목소리로 수니오와 숭그리(세든 집의 소유주)가

        자신들의 제과점을 확장한다는 얼토당토 않는 구실 아래 자신의 집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고 말을

        더듬거리며 말했다.

    ○ 만일 그들이 강행할 경우에는 자신의 변호사인 순니박사에게 의뢰하여 손해 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말했다.

    ○ 그런 다음 그가 머뭇거렸고, 사람들이 어떤 중대한 비밀을 털어놓을 때 쓰는 그런 무덤덤하고 감정 없는

        목소리로 자신의 시를 끝마치기 위해서는 그 집이 필수불가결한 것이라고 말했다. 왜냐면 지하실의 한

        귀퉁이에 <알렙>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 그는 <알렙>이란 모든 지점들을 포괄하고 있는 어떤 공간 지점들 중의 하나라고 털어놓았다.

        - “~ 판석이 깔려있는 바닥에 누워 눈을 문제의 그 19번째 계단에 고정시키게. ~”

        - 마침내 그가 지하실에 들어갔다. ~ 나는 눈을 감았고, 눈을 떴다. 그리고 나는 알렙을 보았다.

        - 나는 그 장려한 찰나 속에서 황홀하거나, 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경이로운 광경들을 보았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서로 겹치거나 투명해지는 법 없이 모든 것들이 같은 지점 속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이었다.

 

3. 작품에 대한 부연 설명

    ○ 보르헤스는 단테의 신곡을 차용해서 글을 쓰고 있다. 즉, 단테는 다네리, 베아트리체는 베아뜨리스,

        그리고 둘 다 순수한 바라보는 사랑(플라토닉 러브) 이다.

    ○ 보르헤스는 언뜻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화자는 어려서부터 축제, 영성체,

        결혼 그리고 이혼하기까지 곁에서 지켜본다. 그러나 그 사랑마저도 죽으면서 끝나는 사랑이 아니라

        죽으면서(끝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희망 없는 사랑이다.

        - 보르헤스는 대상이 사라진 희망 없는 사랑은 알렙과도 같으며 소설이 허구이듯이 문학의 속성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 다네리는 화자에게 호감을 갖고 여행이 필요 없다고 말하고 자신감을 가지고 시를 보여주는데, 이는

       알렙을 갖고 있음을 은근히 자랑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 화자가 뜬구름 같은 알렙을 보기 위해 지하실로 들어가는 이유는 그곳에서 사랑하는 베아뜨리스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때문이다.

 

4. 작품의 의미

   ○ 알렙은 히브리어 의 첫 번째 알파벳이며, 완전, 무한, 불가능한 전체. 진리를 상징하며 신을 가르키기도

       한다.

   ○ 알렙은 없다.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알 수 없다. 우리는 유한의 세계에 사는 존재이므로 알렙의 세계와는

       차원이 다른 세계이다. 그것은 표면(관념)상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존재가 불가능하다.

   ○ 알렙이 없다면 우리는 각자 새로운 알렙을 만들 수 있다. 문학은 그 불가능성을 형상화 하는 작업이다.

       원주가 무한하여 그 중심을 찾을 수 없다면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그 중심에 설 수 있다. 새로운

       길(진리, 알렙)을 모색 하는 것이 문학의 세계이다. 전면과 이면을 동시에 볼 수 없는 세계에서 문학은

       전면과 이면을 혼합하고 분리해서 새로운 알렙을 끊임없이 추구해 나간다.

 

5. 나의 생각

   ○ 보르헤스야말로 바벨의 도서관에서 진리의 책을 찾아 끝없는 여행을 한 사람이고 만년에도 혼돈스럽지만

       주기적인 질서를 아름다운 떨림으로 영원히 기다린 사람이다.

   ○ 카프카가 ‘나는 문학이다’라고 선언했다면, 보르헤스는 ‘문학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라고 보여준 사람이다.

   ○ 보르헤스는 기라성 같은 철학자들의 모든 주장을 섭렵했지만 그는 조금도 물들거나 흔들리지 않고 철학에서

       떠나 문학으로 일생을 마친 위대한 사람이다.

 

* 읽는 중에도 머리가 아파서 일단 써놓고 본다. 훗날 더 생각이 나겠지만 우선은 어서 도망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