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혜석 대본을 쓰면서
나는 나혜석의 드라마 대본을 쓰기 위하여 많은 자료를 뒤적이고 있다.
나헤석은 ‘불새’라는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고(윤정희, 신성일 주연),
당시 각 방송사(TV, 라디오)마다 나혜석을 드라마나 다큐로 제작하였다.
최근에는 ‘입센’의 <인형의 집>을 다시 읽으며, 나는 나혜석이 이 책을 읽고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느꼈다.
나혜석은 그의 시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나는 인형이었네. 아버지의 딸인 인형으로, 남편의 아내인 인형으로, 그네의 노리개였네.’라고.
그리고 입센의 인형의 집에서는 노라가 남편에게
‘나는 아주 잘못된 대우를 받고 있었던 거예요.
처음에는 아버지로부터, 다음에는 당신한테서.’라고 외친다.
나혜석은 그의 소설 <경희>에서
‘경희도 사람이다. 그 다음에는 여자다. 그러면 여자라는 것보다 먼저 사람이다...... 오냐 사람이다.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험한 길을 찾지 않으면 누구더러 찾으라 하리!’라고 절규한다.
그리고 입센은 인형의 집에서는 노라가 남편에게 ‘그런 건 이제 믿지 않아요. 나는 무엇보다도 인간이예요.’라고 외친다.
우리의 중.고등학교의 미술교과서에는 140여점의 미술작품이 소개되어 있지만
어디에도 나혜석의 그림은 찾을 길이 없다.
그녀는 최초의 여류 서양화가이면서 조선미전에 9회에 걸쳐 참여해서 18점의 작품이 입선과 특선 등을 했음에도 말이다.
나혜석은 당대에 뛰어난 화가이었음이 분명하다.
당시의 많은 화가가 붓을 꺾었어도 오로지 서양화가로서 전업작가의 험난한 길을 포기하지 않았던
나혜석에 대한 대접을 보며 그림에 무지한 일개의 문외한이 분노마저 느낀다.
나의 무지, 욕심, 편견 등이 나혜석의 대본에 누가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