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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셔닝과 인간관계

쥬띠 2015. 11. 9. 11:47

[ 포지셔닝과 인간관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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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셔닝(Positioning)이라는 말이 있다. 오래 전에 광고이론에서 본 용어인데, 알기 쉬운 예를 들면 펲시콜라는 코카콜라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얘기다. 그 이유는 사람들에게 코카콜라가 펲시콜라보다 맛있다는 인식이 이미 포지셔닝이 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한 번 설정된 포지션은 바꾸기가 거의 불가능 하다는 얘기다.

 

세월이 흘러 그간 스쳐가고 만나고 인간관계를 맺은 사람들을 생각해 볼 때가 있다. 이제는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되다보니- 그럼에도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이 아직도 나는 자신을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인간관계의 틀도 많이 허물어졌고 수리하거나 개선할 생각도 별로 없다. 나의 인생이 실패라는 것이 명백해졌을 때 모든 인간관계가 흔들리고 허물어졌다. 그리고 낙엽을 다 떨군 고목의 형해처럼 나의 모습도 명백해졌다. 나의 앙상한 모습에는 고집과 알량한 자존심, 그리고 허물이 덕지덕지 묻어있다. , 돌이켜 보면 인간관계란 얼마나 이기적인가! 그리고 그 안에 잘못된 포지셔닝은 얼마나 많은가!

 

젊은 날 나는 스펙이 없어서 많은 기회를 상실했다. 나는 동료들처럼 페이퍼 체이서(졸업장 쫒기)가 되지 못했다. 내가 전직이나 다른 곳에 신규로 어프라이를 할 때마다 그들은 무식이라는 보이지 않는 딱지를 붙여 퇴짜를 놓았다. 물론 잘못된 포지셔닝에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혈연, 지연, 학연 등에 내세울 것이 아무 것도 없었던 나는 일찍 출발했음에도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새파란 총각 때 수원서 인사담당(7)을 하고 있을 때 신규(9)로 들어와 잘 부탁한다며 차를 대접하던 직원이 수년 후 종로 길거리에서 만났을 때, 이번에 주사(6)가 되었다며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 있던 나에게 차를 대접해주던 일은 잊을 수가 없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젊은 혈기에 인사의 부당함을 떠들고 잘난 체 한 것이 오히려 인간관계에 마이너스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부족한 것이 인간이고 젊을 때라 어찌 나를 말릴 수 있으리오. 조영남 노래에 <겸손은 힘들어>란 노래가 있다. 참 겸손은 힘들다. 젊을 때야 오죽했을까? 건방진 놈!

 

인간관계에서 잘못된 포지셔닝이 외부와의 인간관계만이겠는가? 부부와 가족관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최근 황혼이혼이 급증하고 있다. 왜 그렇겠는가? 남편이 아내를, 아내가 남편을, 잘못된 포지셔닝으로 <개무시>를 하거나 당하다가 나이 들어 자녀 결혼 시키고 나면 깨지지 않는 포지셔닝에 환멸을 느끼고 그 관계에서 탈출하려는 그들만의 시도가 아닐까?

사람들은 지금도 이기심에 빠져 잘못된 포지셔닝으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같은 높이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혈연, 지연, 학연에, 스펙이 가득 채워진 페이퍼를 들먹이며 보다 유리하고 높은 위치에서 인간관계를 맺으려 하고 있다. 그리고 잘못 형성된 인간관계에서 신음하다가 결국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까지 생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요즘 TV<자연인>이나 그와 비슷한 다큐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 프로에 공감하는 이유는 포지셔닝이 잘못된 인간관계에 상처받은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증거일 것이다.(나의 추측)

 

이제 나이가 제법 들어 취직을 위해 페이퍼를 들이 밀 필요도 없어졌다. 동시에 나의 무식이란 딱지도 풍화되고 퇴색되어 희미해졌을 것이다. 사실 인간관계에서 포지셔닝이란 말은 불필요한 말이다. 더구나 언제나 같은 땅 위에서 뒹굴던 깨복(벌거벗고 지낸) 친구야 말해 무엇 하랴! 나의 친구 중에 한 명은 객지에 사는 나를 위해 30년도 훨씬 넘게 나의 부모님 산소를 관리하고 있다.

, 형태야! 내가 죽을 때까지 너의 부모님 산소는 돌보마, 죽으면 할 수 없고. 너의 부모는 내 부모닝께.” 1년에 한 번 겨우 산소를 찾는 못나고 별 볼 일 없는 나에게 한식과 추석, , 가을로 산소를 가꾸는 친구는 어쩌면 잘못된 포지셔닝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친구야, 사랑한다!” 나는 고백의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