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단편영화를 만드느라 글을 쓰지 못했다.
영화란 묘한 놈이다. 사람을 달뜨게 해서 영화 이외의 다른 일에는 정신을 집중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든 단편영화가 한국영상작가협회에서 주는 상을 받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그 상이 내게 소중하고 의미가 있는 것은
내 인생을 통 틀어 그 상 이외에 상을 받은 기억이 없다는 사실이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감회가 더욱 깊을 수밖에.......
이번에 수상한 단편영화를 찍기 위해 시나리오를 쓰고 스토리 보드를 만들고 스텝을 섭외하며 분주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예산 등의 문제로
시나리오를 세편이나 고쳐 써야했다. 마지막 시나리오의 제목은 <나쁜 남자 평범한 여자>로 정했다. 나쁜 남자와 평범한 여자의 사랑의 롤러코스터라고 해야할까?
막상 촬영에 들어간 날은 일요일이었는데 비가 내렸으며 지독히도 추웠다. 내리는 비를 보며 병아리 감독인 나는 촬영을 포기하려 했다.
하지만 여러 스텝들이 "일단 한 번 가보자"는 말에 엉겹결에 시작한 촬영이었다. 모두 덜덜 떨면서 핫팩에 담요를 뒤집어 쓰고 촬영에 임했고
남녀 배우는 코끝이 빨개지고 여배우가 콧물을 흘려서 <NG>도 냈다. 그렇게 찍은 영화가 수상을 하게 됐다. 이번 작업을 통해 영화가
협업의 산물이란 것을 실감했으며 같이 수고해 준 배우와 스텝들에 감사를 드린다.
편집실에서 부족한 컴퓨터 편집실력으로 한 컷 한 컷을 오려 붙이며 머리를 쥐어 짠 일은 고통스런 기억이었다.
이제 곧 상영회가 열린다. 그 날은 조금은 부끄럽지만 아주 편안하고 달콤한 시간이 될 것이다. 부족한 작품에 격려의 상을 주신
심사위원들께 거듭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