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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 노인-14

쥬띠 2017. 11. 11. 10:35

 

 

 

 

[ 오피스텔 노인-14 ]

 

또 한 달이 지나갔다. 세월은 유수와 같다더니 11, 이제 달력이 한 장 남았다. 가로수 은행잎이 노랑으로 빛난다. 마치 떨기나무에 불붙은 듯 황홀한 빛을 뿜어낸다. ! 은행잎이 이제 떠나려나 보다. , 떠나는 것들은 저리 아름다울까?

 

오피스텔 노인이 다녀가셨다. 벌써 관리비 낼 때가 된 것이다. 그리고 그간 소소한 사연들이 제법 있었다.

 

단편영화 출연료를 받은 다음 날 노인은 오셔서 경리와 나에게 갈비탕을 사주셨다.

얼마 전에는 노인이 출연한 영화<상속>의 시사회에 모시고 가서 영화를 보여드렸다. 겸사로 노인을 동탄에서 수원으로 나들이 여행을 시켜드렸다.

사진 위는 영화감상과 출연소감을 관객에게 밝히시는 노인이고, 아래는 각 단편의 주연배우들(나도 다른 단편의 영화에 주연배우로 출연했다.)이다. 

 

여자 통장에게는 내가 전에 노령연금을 부탁했고, 그 결과가 엊그제 나왔는데 결과는 부적격자라고 나왔다. 전산조회 결과 노인은 재산 대신 예금과 주식 등이 있었다. 그 대신 동사무소에서 쌀과 김치와 반찬을 가지고 왔고, 앞으로도 그런 지원은 계속 해주겠다고 했단다.

 

그 외에도 노인은 소소한 부탁을 경리에게도 한다. 예를 들면 전기밥솥이 잘 안된다나? 가보면 몇 가지 스위치 조작을 잊어버렸단다. 그 외에도 핸드폰 화면에 시간표시가 사라졌다는 둥 점점 우리들에게 필요한 사물들의 조작에 애를 먹는 것 같다.

그럴 때마다 나도 저 나이가 되면 더 그러겠지…….’라고 생각해 본다.

 

빼빼로데이라고 어제는 조그만 과자를 경리가 노인에게 사드렸다. 그저 소소하지만 그 덕에 서로 미소를 나눈다.

 

이제 조금 후면 찬 바람이 몰아치고 눈도 내릴 것이다.

나는 오피스텔 화단에 내가 심은 맥문동에 물을 주면서 맥문동이 이 겨울을 잘 넘기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소원해 봤다.

내년 봄이 오면 포기도 나누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