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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노자(勞者)의 노래(6)-슬픈 만남

쥬띠 2011. 1. 8. 18:10

<!-by_daum->

                              [꿈 불]

  

   입주를 코 앞에 둔 아파트에서 등을 단다.

   마지막으로 식탁등을 달고 스위치를 켠다.

   '크맆톤' 전구가 빛을 발하고

   '크리스탈'이 영롱한 빛을 품는다.

   창 밖에는 흰 눈이 내려 온 천지가 환해지고

   내 가슴속에도 등불 하나 꿈처럼 피어오른다.

 

 

   노자의 퇴근 길은 서글프다. 제대로 씻을 곳이 없어 몸에서는 인취(人臭)가 난다.

가끔 동행이 없어 혼자 버스를 탈라치면, 죄지은 놈처럼 버스 한 쪽에 조심스레 앉는다.

   "어, 이사님 아니세요?"

버스를 타려는데 인파속에서 누군가가 내 손을 잡는다.

   "누구? 아! 김기사 아냐?"

   "퇴근중이세요? 정말 오랫만이네요."

그가 나를 요모조모 뜯어보며 말한다. 나는 숨고 싶었다. '이사님'이란 단어가

자꾸 가슴을 쿡쿡 찌른다.

   "이사님, 소주 한잔 하시죠"

그가 내 손을 잡아 끈다. 깡마르고 항상 면도도 제대로 안해서 까칠하던 예전의 그의

모습이 깔끔하게 변해버린 탓에 약간 얼떨떨했다. 그가 너무도 반가워해서 우리는

'매교'시장의 꼼장어 집으로 들어갔다. 배도 출출하고 꼼장어의 구수한 냄새에 끌려

우리는 많이 마셨다. 젊은 그는 이름있는 직장에 다니고 있었다. 

 

   "겨울이 오고 있습니다. 기러기는 푸른 호수와 풍부한 먹이가 있는 남쪽으로 떠날

채비를 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변화해야 하는 겁니다. 안주(安住)는 죽음입니다.

겨울이 오면, 호수가 얼고 먹이부족과 추위로 떠나지 몾한 기러기는 죽을 것입니다."

나는 내 스스로 감동하여 웅변조로 말하며 5명의 직원을 둘러봤다.

   "이사님! 적당히 하시죠. 졸려요."

김기사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나는 화를 자제하기 위해 잠시 숨을 골랐다.

   "이사님! 우리는 피곤해요. 솔직히 아무런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거든요.

조금 있으면 출장가야 하구요. 잠도 부족해요..... 그렇다고 이사님이 봉급 올려주실

것도 아니쟎아요?"

   "못올려 줄 것은 뭐냐? 성과가 좋으면 내가 사장님한테 강력히 권하면 되지"

   "그러시지 말고 고용보험이나 들어 달라고 하세요."

갑자기 힘이 쭉 빠졌다.

 

   슬픈 기억이 떠오른다. 그회사 사장은 나부터 시작해서 차례로 직원을 해고하고

문을 닫았다.

   "이사님! 그 때 이사님 강의는 끝내 줬어요. 그 뭣이냐, 그렇지 갈매기, 아니 기러기가

날아가고....변화! 맞아 변화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다 되진다."

그는 술이 취했다. 술상에 연신 머리를 쳐박아 가면서 중얼거린다. 

   "진작 일어났어야 됐었는데...."

나는 고개를 들었다. 꼼장어를 태우는 연기가 허공에 가득하다. 눈이 맵다. 연기는

요술램프에서 나온 거인으로 변해서 내 앞에서 열변을 토한다. 의미없는 단어들이

나비처럼 불판에서 솟아오른다.

'변화', '블루 오션', '브레인 스토밍', '벤치 마킹', '쥐트랙 벗어나기', ...........

아무런 의미도 없는 단어들이 허공으로 솟아 올라 나를 희롱한다. 나는 엉겁결에 주먹을

불끈들어 허공에 내리쳤다.

   "아야! 이사님! 왜 쳐요? 씨발, 그만하라구요. 피곤하니까...."

그가 다시 술상에 머리를 쳐박는다.

  

 

 

 

 

 

  

출처 : 만다라문학
글쓴이 : 공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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