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스크랩] 노자(勞者)의 노래(2)- 어떻게 울어야 할까?

쥬띠 2011. 1. 8. 18:14

     [ 어떻게 울어야 할까? ]

      

       오늘같이 봄비가 주룩주룩 흘러 내리는 날

       울어야 할 모든 것들이 울고 있는데

 

       어떻게 울어야 할까?

       가슴속은 여울치고 삶의 아픔들이 어서 날 건져달라고

       아우성을 치는데 

 

        먼저 손 내밀어 주기를

        그대도 그러는가?

 

        슬픔이 문을 두드리며 "이럴 때는 실컷 우세요." 라고 속삭인다. 

        무엇을 울어야 하나?

        그리고 울 수 있을까?

 

        나에게 한방울의 마중 눈물을 다오. 

 

 

    "이년아! 정신차려, 항상 젊은게 아녀. 몸팔아 사는게 서럽지도 않냐? 이 썩을 년아!"

    " ........."

    "싸게 싸게 돈벌어 시집가야지,,,,,,, 이 작것아...."

우리의 엄마, 그녀의 안타까운 목소리가 가슴을 파고든다.

 

    처음 봄바람을 타고 이 곳에 왔을 때다. 거지꼴로 보따리 하나 달랑 들고 두려움에

떨던 나를 쳐다보면서

    " 야! 누가 데려 왔냐?"

    "지발로 왔더구만요."

옆에 서있던 젊은 언니가 말했다.

    "너무 어리지 않냐? 돌려 보내라."

    ".........."

    "왜 그러고 서있어?"

    "저... 갈 곳이 없그만요."

나는 애처롭게 울먹이며 말했다. 눈물 한방울이 때묻은 얼굴위로 흘러 내렸다.

그 때, 뱃속에서 '꼬로록'하는 소리가 적막을 깼다.

   "야! 밥시켜라."

그녀는 나의 엄마가 되기로 결심한 듯 소리쳤다.

 

    나는 노자(勞者)다. 하루 하루 몸팔아 먹고 산다. 조그만 쪽방에서 홍등과 함께 살아나서

홍등이 꺼지면 사라지는 노자다. 처음의 앳된 모습은 이제 내게는 없다. 어쩌면 나는 이길로 오기로

예정돼 있었는지도 모른다.

    "절대 순정에 빠지지 말고, 약 먹지마."

사람들은 나를 '똥치'라고도 부르고 '갈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상관없다.

   " 이 또한 흘러 가리라."

나는 이 말을 가끔 중얼거린다.

   "걸레는 빨아도 걸레다"

재수없게 뜬금없이 이 말도 자주 떠오른다. 부정할래도 일부 수긍하지 않을 수도 없다.

거울 앞에 서면 보드랍고 예뻣던 몸뚱이는 망가지고 음부는 추한 모습으로 내 마음에 검은

구름을 드리운다. 혼자 있게되면 이래서는 안된다는 불안과 초조가 찾아오고 이내 가눌 길

없는 허무함으로 견딜 수가  없게 된다. 약을 먹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다.

 

   몸을 팔 때는 그래도 나았다.

    "어! 안경 쓴 오빠. 이리 와 봐. 잘 해줄게"

처음에는 길모퉁이에서 시침떼고 오다가, 사내의 발걸음은 흔들린다. 바지속의 거시기가

살짝 파동을 친다. 그리고 이후는 자동화된 공장의 생산라인처럼 몸뚱이는 몸뚱이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습관처럼 일상에 맞기면 되었다. 들어 올 때의 충실함을 잃어버린 사정한 뒤의 사내의

모습은 우스꽝스럽게 보일 때도 있다. 내 인생도 어차피 우스꽝스럽긴 마찬가지지만.......

수없이 반복되는 일상은 밀물처럼 왔다가 썰물처럼 빠지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밀물과 썰물사이의 정지된 시간과 공간은 고통스럽고 숨막힌다.

 

    "이제  좀 정신이 드냐?"

그녀가 측은한 얼굴을 하고 안타까이 나를 내려다 본다.

 

   나는 가끔 노래를 부른다. 그러면 마음이 편해진다. 좁은 쪽방이 우주처럼 넓어지고

잃어버린 기억과 꿈이 노래따라 살아난다.

      " .... 잊는다 하면서 무슨 이유로 눈물이 날까요....."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눈을 꼭 감는다.

 

    앳된 소녀가 피아노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

    "노을이 붉게타는 둥근 섬마을,

     뚜뚜뚜하고 고동소리 크게 울리면,,,,,,"

마주 앉아있는 학생들 뒤로 벚꽃이 지고 있다. 커다란 눈망울속으로 하염없이 떨어져 내린다.

   "내가 그 소녀였을까?"

 

   한 청년이 몹시 수줍게 우리의 영토에 발을 들여 놓더니 마치 예정되었던 것처럼

내 앞에 섰다. 그의 손목을 잡고 오랜 친구처럼 나의 방에 누웠을 때. 엉거주춤한 그를

올려보며

    "오빠! 왜그래? 빨리 벗어....."

    ",,,,,,,,,"

    "오빠! 처음이구나?"

그의 손을 잡아끌어 눕히고 옷을 벗겨줬다. 우리의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외로움에 방황하는

그에게

     "난 너를 사랑해!"라고 나는 나에게 속삭이고 있었다.

너무도 어설픈 시작은 풋사과 같은 것이었다.

오빠는 아주 가끔 왔다. 말문이 터지고 사과가 익어 빨간 능금이 되어 갈 무렵 오랬만에 찾아온

오빠는 옷도 벗지 않고 말했다.

   "잘 있어'''"

   "오빠! 다시 안 올꺼야?"

    '그래'''''"

    "왜?"

    "여자가 생겼어"

   "'''''''"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웃기는 일이다. 헝클어지는 마음이라니......

    "잘 있어. 이건 선물이야. 그리고 난 곧 결혼해"

갑자기 눈물이 뜬금없이 흘렀다. 보이기 싫은 눈물이 염치없이 흘렀다. 삶의 줄 한가닥이

풀리고 있었다. 어차피 우리는 이렇게 예정되어 있었다.

   "정신차려 순정에 빠지지 말고.."

오빠가 얼룩진 내 뺨을 어루만지며 목에 목걸이를 걸어준다.

그의 어깨 너머로 벗꽃이 지고 있다. 벗꽃은 이내 하얀 눈송이가 되어 빙글빙글 돈다.

     "조그만 나의 선물이야, 그동안 고마웠어. 이 호랑이 발톱이 너를 지켜줄거야"

 

   지금 나는 홍등이 져버린 나의 영토에서 그를 생각한다. 비취 빛 옥을 깍아 만든 호랑이

발톱과 은으로 테두리를 돌린 목걸이를 바라보고 있다. 희미한 불빛에 목걸이가 빛나고 있다.

     "이 호랑이 발톱이 너를 지켜줄거야"

 

    "이 또한 지나가리라,"

 

 

 

 

 

  

 

 

 

    

 

출처 : 만다라문학
글쓴이 : 공산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