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혜석에 다시 갇혔다. 얼마 전에 나혜석에 관한 장편 시나리오 완성을 끝으로 이제 나혜석에서 거의 벗어났다고 느꼈는데 다시 갇힌 것이다. 물론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고 생각은 했다. 가을에 나혜석 시극을 쓰기로 했으니 말이다.
그간 나혜석을 끌어안고 지낸 시간이 햇수로 3년이고 만 2년을 넘었다. 그간 글도 쓰고 각색도 하고 술 마시고 떠들며 내뱉은 말들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결국은 시나리오를 완성하면서 긴장도 풀리고 할 만큼 했다는 위로를 스스로 하며 ‘이만하면 나혜석님도 나를 놓아주시겠지’란 안이한 생각을 했다.
얼마 전에 <나혜석, 운명의 캉캉>이란 박정윤의 장편소설이 나왔다. 나는 전에 나혜석에 관한 소설을 사서 읽었고, 읽지는 않았지만 <붉은 꽃 나혜석>이란 소설도 출판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박정윤의 소설 서평에서 그녀가 ‘6년 동안 나혜석이라는 인물과 처절한 싸움을 했다’고 쓴 글을 읽고서 충격을 받았다.
6년이라니? 아! 나는 얼마나 안이한 생각에 빠졌었나? 나는 최소한 나혜석과 다시 마주쳐서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봐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쓰는 작가로서 나는 얼마나 치열했나?
나는 나혜석에게 다시 갇혔다. 그녀가 나를 풀어주기 전에는 나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 피할 수 없다면 즐거이 마주치자. 그것이 최선의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