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비자금과 삼성사단

쥬띠 2017. 1. 16. 11:19

[ 비자금과 삼성사단 ]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로 작년 말은 정신없이 보냈다. 마음을 다잡고 평상심을 유지하려고 해도 매일같이 쏟아지는 뉴스는 마치 소설이나 영화를 능가한다.

이제 새해가 밝았다. 하지만 이 흥분상태는 오래 갈 것만 같다. 그 게이트에 얽힌 사건과 인물들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탄핵심판과 대통령 선거까지 얽혀있으니 어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늘 정치의 커튼 한 자락을 잡고 안타까이 바라보았던 사람으로서 쉽게 진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재용 삼성부회장의 영장청구가 초미의 관심사다. 특검도 고심 중의 고심을 거듭하고 있을 것이다. 그간 숱한 사건에서도 유야무야 되었던 재벌, 특히 삼성을 앞에 두고 결단을 내려야 하는 특검이니 더욱 그럴 것이다. 국민들의 눈길을 염두에 두면 뇌물죄로 영장을 청구함이 마땅하나 그간의 관례나 법조계 도처에 도사린 삼성 장학생들의 로비나 반격 또한 부담스러울 것이다.

 

이제 특검은 역사적 소명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새로운 시대로 가기 위한 이정표 앞에 섰다. 다시는 재벌이 특혜를 위한 뇌물을 위해 수천억 원씩의 비자금을 준비하는 관행을 버릴 수 있도록 특검의 매서운 칼날을 기대해 본다.

이제 삼성도 구시대적인 경영관행을 버리고 글로벌 기업답게 국제적인 기업표준에 맞춘 회계질서를 구축해야 한다. 비밀주의, 부적절한 경영승계, 노조파괴, 정경유착 등은 이제 버려야할 구습이다. 국내는 물론 전세계 많은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을 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삼성과 같은 재벌의 노력만으로는 안 된다. 이를 견제하고 감시할 정부나 공적 기관들도 더 이상 뇌물에 길들여진 삼성사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관련 부처, 검찰, 법원, 금감원, 언론 등에 존재하는 삼성사단이 더 이상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런 논리로 가다보면 뇌물이란 단어가 떠오르고 더 깊이 들어가면 비자금이란 단어가 눈앞을 가로 막는다. 모든 것은 비자금에서 비롯된다. 그 비자금을 마련하려니 비밀이 필요하고 투명경영이 되지 않는다.

 

삼성의 비자금 규모는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 비자금의 처먹는 인간들은 어떤 부류일까?

이제 삼성이 계열사별로 할당해서 거둬들이는 비자금의 원천은 무엇일까? 그 답은 노동에서 찾을 수 있다. 삼성의 많은 계열사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인 현장 노동자들의 수는 하루에 얼마나 될까? 반도체, 전기, 케미칼, 중공업, 건설 등등. 삼성이 물건을 비싸게 구매하고, 건물을 비싸게 짓고……. 그 결과를 리베이트로 받아서 비자금을 만들더라도 그 원천은 따지고 보면 노동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박근혜와 최순실이 기업의 쪼인터를 까서 거둬들이는 뇌물은 경영이 투명하지 못한 기업이 대부분이다. 이사회나 감사가 깐깐하고 비자금에 비협조적인 기업은 애초에 피하고 못 먹는 감 찔러본다는 심정으로 세무조사 등으로 화풀이를 했다고 한다.

 

이런 말을 하면서도 특검이나 사정기관에 아쉬운 것이 많다. 언제나 비자금 문제가 터져도 그 비자금의 원천으로 칼을 돌리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첫째로 그 비자금을 어떤 형태로 보관하고 회계장부에는 어떻게 분식했는지의 문제다.

둘째로는 어떻게 거둬들였는지의 문제다. 계열사별로 할당액이 얼마며 실제로 어떻게 자금을 마련하였는지 말이다.

셋째로 지출 방법이다. 기업이 그 많은 돈을 대가성의 여부와 별개로 기록도 없이 줄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비자금은 노동자의 피와 땀의 결과물이다. 예전에 많은 기업들이 건설사를 두었다. 비자금 만들기가 용이했기 때문이다. 분식회계에 엄벌을 가한다고 했지만 사례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고 사외이사도 형식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란다. 우리는 좋은 제도를 마련해두고도 사용하지 않는다. 비자금에 익숙한 삼성사단이나 기업의 사단들이 스스로의 본분을 팽개치고 뇌물을 받아먹는 탓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모두 꿀 먹은 벙어리들이 되었다. 슬픈 일이다.

 

이제 비자금 문제가 터지면 칼날을 비자금의 앞에서 휘두르지 말고 그 원천이 되는 내부로 칼을 돌려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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