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스텔 노인- 4 ]
오피스텔 노인이 관리비를 들고 은행에 대신 넣어달라고 또 오셨다. 경리가 차를 한 잔 드리고 빼빼로 데이라고 빼빼로 한 봉지를 드렸다. 노인이 환하게 웃는다.
나는 안부를 물었다. 노인의 아들은 죽은 지 한 달하고도 열흘이 지났고, 아내는 중환자실에 들어간 지 20일이 넘었다고 한다.
“한 달에 병원비가 80만원인데 중환자실은 하루에 2만원이 더 추가 돼. 갈 사람은 안 가고 아들이 먼저 갔어. 아들이 죽기 일 주일쯤 전에 그랬지. ‘아버지 생활비는 염려 마세요.’라고. 그런데 아들이 죽으니까 끝이야.” 노인의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어쩌면 노인은 이곳에서 겨우 대화 몇 마디를 나누는 것이리라. 하루 종일 누구와 대화를 할까?
“얼마 전에 길에서 우연히 며느리를 만났어. 내가 그랬지, ‘아들이 죽기 전에 생활비는 염려 말라고 하더라.’ 그랬더니 ‘아버님 저는 그런 소리를 듣지 못했어요. 저도 통장에 돈 한 푼 없어요.’라고 말하더군.”
며느리는 시어머니 병실에 면회 한 번 오지 않는단다. 어쩌면 며느리의 심정도 이해가 간다. 그간 남편 병수발도 힘들었으리라. 병원이 지긋지긋할 지도 모르겠다. 중환자실에 있는 노인의 부인은 하루 종일 거의 의식이 없단다.
“이제 나도 곧 요양원에나 들어가야 할 텐데…….” 차를 다 마신 노인이 일어서며 말한다.
이제 노인은 다음 달에 올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서의 생활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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