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행복이란 영화를 보고

쥬띠 2017. 12. 26. 11:37

[ 행복이란 영화를 보고 ]

 

 

행복이 무엇일까? 잘은 모르지만 행복할 때는 행복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다.

 

크리스마스에 홀로 허진호 감독의 <행복>이란 영화를 보았다.

황정민과 임수정의 연기를 보며 나 자신이 남자라는 사실이 너무 싫었다.

 

제 버릇 개 못준다고 간경변으로 빌빌거리면서도 클럽을 전전하며 술 담배를 못 끊는 사내 황정민이 어느 날, 유학간단 거짓말을 남기고 시골 요양원 희망의 집으로 내려간다.

희망의 집 초입에 보이는 구멍가게를 보면서 나는 어린 시절 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에 정겨움을 느꼈다.

그곳에서 황정민은 임수정과 마주치고, 이후는 그야말로 신파처럼 둘이 사랑에 빠지고 또 이별하고……

 

우리 같이 살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그땐 헤어지죠,

너 없으면 못살 것 같더니 이젠 너 때문에 미치겠어. 니가 먼저 얘기 좀 해줘, 헤어지자고……

깊은 병을 가지고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여자의 과감한 프로포즈! 그러나 자신의 처지를 생각한 뒤의 슬픈 말들…….

서울서 사귀던 애인의 방문에 마음이 싱숭생숭해져 그간의 정을 뿌리치고 떠나겠다는 사내 놈…….

 

같은 사내로서 손가락질에 욕만 할 수는 없다. 그저 사내란 놈은 대개 아랫다리에 힘 풀리고 돈 떨어져야 조강지처 찾아와서 착한 사내가 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산과 들, 가난하지만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부부! 행복의 진수를 가진 그들!!!

하지만 아이처럼 이기적인 남자 앞에서 할 말을 잊은 여자…….

 

일찍이 사업이 망해서, 혈기방장 할 때, 돈 떨어지고 노동판, 뱃일, 장사 일을 전전하다 정신차려보니 60을 넘겼다. 그래도 장모는 사내는 늦바람이 무섭다고 늘 말씀하셨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내가 젊은 날 사업이 잘되고 돈 깨나 만졌다면? 생각만 해도 끔직하다. 그런 면에서 사업 잘 망했다.

 

생활이 궁핍해져 모시던 장모를 요양원에 모시고 갔을 때 초입에 붙어있는 원훈을 보았다.

4,5개의 원훈 중에 첫째가 지금도 새롭다. <1, 애인을 만들자>

희망의 집에서 사랑에 빠진 황정민과 임수정의 생기 있고 희망 찬 모습을 보며 요양원의 원훈이 이해가 된다. 매주 애인을 기다리는 환자는 머리를 빗고 단장을 한다. 판도라의 상자에 남은 단 하나의 선물인 사랑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사랑은 희망이요 행복이란 공식이 성립된다.

 

나도 허진호 감독 같은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고 싶다. 너무도 제 버릇 개 못주는 남자를 잘 표현한 그에게 얄미운 생각마저 든다.

남자를 쪽 팔리게 만든 남자, 허진호!!!!!!

단편영화 두 편을 경험으로 세 번째는 30분 정도의 단편을 만들고 싶다.

 

제 버릇 개 못주는 남자들이여! 제발 쪽 팔리지 말자!!!!!!!!

지금의 현실(행복)을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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