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스크랩] 대통령이 정글속으로 들어가야, 아름다운 밤입니다.(달밤에 능소화가 피었군요.)

쥬띠 2013. 9. 23. 19:25

제7장: 아름다운 밤

 

 

서재, 늦은 오후, 비서실장 등장 .

 

 

(비서실장 봉투를 들고 황급히 등장한다.)

 

 

대통령: 실장! 내가 지시한 문화정책에 대한 결단은 잘 챙겼나?

 

실 장: 예! 각하께서 주신 메모대로 잘 정리해서 조금 전에 경축사를 최종적 으로 마무리 했습니다. 한 번 읽어보시겠습니까? (봉투를 내민다.)

 

대통령: (경축사를 꺼내어 건성으로 훑어보다 곧 내려놓는다.) 됐으니 그만 가 보게, 좀 쉬어야겠네……. 모든 일정과 면담을 취소하게……. 내일 보 세. (실장 퇴장. 대통령은 경축사를 봉투에 넣고 양복저고리 안주 머니에 넣은 후 피곤한 지 일찍 침실로 향한다.)

 

 

 

서재, 유공과 영부인 등장.

 

 

(영부인과 유공이 차를 마시고 있다. 창 밖에 둥근 달이 떠올라 창문 아래에 걸려 있다.)

 

 

영부인: 각하는 실장에게 지시를 끝내자마자 쉬겠다고 침실로 들어 가셨습니 다. 긴장이 풀리셔서 피곤한 가 봅니다. 선생님! 저는 지금 두려워요. 지금도 밤마 다 남편이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꿈을 꾼답니다.

 

 

유 공: 영부인님! 염려마세요. 모든 십자가는 제가 다 지겠습니다. 두 분이 다정히 데이트하시던 올빼미바위로 소풍갈 준비나 하십시오. 초대하 여 주시면 저도 꼭 가겠습니다. (양복 상의의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 내어 영부인께 전하고 자리에서 일어서서 영부인께 깍듯이 인사를 하고는 말없이 걸어 나간다.)

 

(유공 퇴장.)

 

 

영부인: 안녕히……. (말을 마치지 못하고, 유공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보름달처럼 둥근 달이 창문 중간에 매달려 있다. 잠시 후, 대통령 이 서재로 들어온다. 영부인 흠칫 놀란다.)

 

 

 

대통령 등장.

 

 

영부인: 아직 안 주무셨어요? (봉투를 급히 감춘다.)

 

 

대통령: (창가로 다가가며) 아름다운 밤이요. 당신! 옛날 일이 생각나요? 지 금쯤 올빼미바위에도 달이 휘영청 밝을게요. 날이 밝으면 소풍이라도 가고 싶구려…….

 

 

영부인: (창가로 다가가 대통령의 곁에 서며) 저도 그러고 싶어요. 유공 내외 도 초대를 하고요. (소녀처럼 즐거워하며 목소리에 생기가 돈다.)

 

 

대통령: 그럽시다. 대통령질 그만두면…….

 

 

영부인: (뛸 듯이 기뻐하며) 그 말씀! 정말이세요?

 

 

대통령: 당신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쁘오. 정말 소풍을 가고 싶구 려, 올빼미바위에 돗자리를 깔고, 당신이 싸준 김밥을 먹고 싶소. 그 러고 보니 오늘 밤, 당신은 마치 소녀같이 아름답구려… 그렇게도 좋 소? 저기, 저 주황색 꽃이 무슨 꽃이요?(손가락으로 창밖을 가리킨 다.)

 

 

영부인: (고개를 쑥 빼며 바라보다가) 아… 능소화지요. 누군가를 그리워하 여, 보다 멀리 보려고 저렇게 높이 피어나고, 발자국 소리에 귀 기울 이려고 꽃잎을 활짝 펼쳐 뜨거운 한여름에 피어나는 꽃이지요. 선거 때가 생각나는 군요. 연단에 선 당신의 듬직한 어깨너머로 온통 주황 색의 물결이 넘쳐흘렀지요. 당신도 참 멋져요. 당신은 언제나 나에게 꿈 많은 청년이었지요. 지금도요. (눈가에 눈물이 흐른다.)

 

 

대통령: 당신! 울고 있구려……. (영부인을 포옹한다. 달이 창문 위 끝부분에 걸려 있다.)

 

 

암 전

 

 

 

 

제8장: 광장의 합창

 

 

광장.

 

 

(주황색 스카프를 목에 두른 ‘대사모’ 회원들이 이른 아침부터 행사 에서 해야 할 일을 연습하고 있다. 유공은 거듭 대통령과 영부인의 현재 입장, 주치의의 설명 등을 덧붙이면서 이번 거사의 정당성을 강 조하고 신중을 기할 것을 당부한다. 한 쪽에서 부장이 지켜보고 있 다.)

 

 

유 공: 우리는 모두 대통령을 사랑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는 이 일을 해 야만 합니다. 우리의 대통령은 순수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지금 이 사회는, 그리고 거대언론은 순수합니까? 도대체 순수가 무엇입니까? 위선 과 가식이 없는 것이 순수가 아닙니까? 백성이 어려운데 TV에서는 온통 즐거운 얘기뿐입니다. 채널을 이리 돌려도 깔깔, 저리 돌려도 깔깔, 연예인 들의 방귀 뀐 이야기와 먹고 자고 싼 이야기가 서민들의 고통보다도 더 가 치 있다는 말입니까? 지금의 언론은 반성을 모릅니다. 적반하장격으로 대 통령을 탄핵해야한다는 일부의 주장이 타당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순수라고는 쥐꼬리 만큼도 없는 거대언론과 싸우다 대통령께서는 상처투성이가 되어 신음하고 계십니다. 지금 대통령의 상태는 정말로 심각하십니다.(잠시 말을 멈추고 손수건을 꺼내어 눈가를 닦는다.)

(일부 요원들이 출입에 필요한 비표를 나눠주고, 회장이 앞에 나와 예행연습을 시킨다. 연습이 끝 나자 출발을 앞두고 대사모의 회원들이 지휘자의 지휘에 따라 합창 을 시작한다.)

 

 

 

 

 

(합창.)

자, 가 보세. 모두 가 보세

경축사가 발표되는 세종문화회관으로

새 세상이 열리는 역사의 현장으로

 

 

모두 가 보세. 모두가 참여하세.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오! 신나는 쿠데타

새 날이 밝는다. 새 세상이 열린다.

 

 

새 시대와 광명을 위하여

늦으면 큰일 나, 자리가 모자라

빨리 가 보세, 모두 참여하세.

 

 

뭔가 신나는 일!

이 세상 역사에 처음 있는 일!

모두가 신나는 쿠데타를 일으키세.

 

 

너무 빠르지도 않게,

그렇다고 너무 느리지도 않게

오! 신나는 쿠데타.

 

 

(대사모 회원들이 세종문화회관으로 출발한다.)

출처 : 시나리오작가
글쓴이 : 우공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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