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외진 곳에 폭 800m 밖에 안 되는 ‘아누타’라는 작은 섬이 있습
니다. 가장 가까운 이웃도 120km 떨어진 이곳에 250여명의 주민이 수천 년
을 이어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바다 한 가운데서 맨몸으로 낚시
를 하고, 새소리를 흉내 내서 새를 사냥하며, 최소한의 경작을 통해 의식주
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반면, 칠레에서 3,600km 떨어진 곳에 ‘이스터 섬’이 있습니다. 밀림이 무
성했던 그 섬의 족장들은 권력과 권위의 상징으로 ‘모아이’라는 석상을 경쟁
적으로 세웠는데 그 크기가 3m에서 12m가 되고 무게가 20톤에 이른다고
합니다. 석상은 점점 커져서 50톤에 이르는 것도 발견되었습니다. 결과적으
로 석상을 옮기기 위해 나무를 다 잘라내자 나비와 벌들이 떠나고 생태가
파괴되어 모든 종족은 사라졌으며, 지금은 섬 전체에 나무 한 그루 남지 않
은 무인도가 되었습니다.
작고 척박한 환경의 아누타 섬과 수십 배 크기의 풍요의 이스터 섬의 운
명은 무엇이 갈랐을까요? 얼굴과 몸통만 덩그렇게 남은 석상만이 지키는 썰
렁한 섬이 우리의 미래인가요? 커다란 석상의 부조화스러운 얼굴은 우리의
탐욕과 교만의 모습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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