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옳지 않았다면

쥬띠 2015. 12. 1. 12:27

[내가 옳지 않았다면]

 

내가 옳지 않았다면

내가 어떻게 당신을 고문했겠어요.

그래도 허물이 남을까봐

하느님께 늘 기도한답니다.

당신이 두고두고 나를 원망할 지라도

나는 옳은 일을 했을 뿐입니다.

 

오늘도 나는 또 다른 당신을

때리고 욕하고 고문합니다.

그 많은 고문들 앞에 당신은 늘 당신일 뿐입니다.

나는 할 일을 했지만 혹시나 하여

일 중에 묻은 먼지를 떨기위해

성경책을 들고 교회에 갑니다.

 

나는 피 흘린 희생자들의 추모식에도 갑니다.

초대석의 상단에 앉아

나의 옳 곧은 얼굴에 책임을 지기위해

미소를 띄워보고 이따금 슬픈 표정을 날립니다.

나의 양심에 달라붙는 파리 떼를 쫒기 위해

손을 휘젓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앞으로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신을 고문하고

욕하고 때리고 미소를 띠우고 슬픈 표정을 계속 날릴 겁니다.

그 일이 힘들고 어려운 일일지라도

옳 곧은 삶을 위하여

가끔 조찬 기도회에도 참석할 겁니다.

 

나의 아내와 자식들은

한 번도 의문이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당신들이 언제나 그랬듯이요

알잖아요. 펜대를 든 나약한 인간들이

넘치는 세상이잖아요.

 

 

* 추신: 그 당시 고문을 한 많은 공직자들이 훈장과 포장을 탔다. 그리고 고문을 당한 많은 민간인들이 무죄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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