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스크랩] 죄 없이 망한 자가 누구인가

쥬띠 2013. 9. 23. 19:23

죄 없이 망한 자가 누구인가

 

 

 

[ 시놉시스 ]

 

1. 주제 : 나는 죄가 없다.

 

2. 기획의도 :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해지면 하나 하나 열려있던 문들이 닫힌다. 모든 사람들이 루저에게 귀를 막고 돈의 노예가 되어 이기적이고 각박해 져만 가는 세태를 꼬집고 싶었다.

 

3. 등장인물

 

노자 : IMF를 맞아 사업에 망하고 모두가 자기를 비난하자 분노한다. 그는 누 군가 죄 없는 자기를 이해해줄 걸로 생각하며 끊임없이 설득과 주장을 되풀이한다. 닭고기를 싫어함.

 

아내 : 남편의 사업실패가 모든 불행의 원인이라고 남편을 맹비난. 닭처럼 계 속 쪼아댐.

 

친구1: 공무원, 노자가 사업할 때 신세를 많이 짐. IMF와 개인의 사업이 망한 것은 관련이 없다고 함. 공짜를 좋아함.

 

친구2: 전직 공무원, 회계법인 근무, 사무장. ‘진작 찾아 왔었으면 탈세와 재산 빼돌리기를 도왔을 텐데’라고 동정을 하나, 더 이상의 협조는 거절. 매사 에 계산적임.

 

친구3: 장사꾼이며 자본주의의 신봉자. 자본주의에서 자본이 없다는 것은 유죄 를 선고받은 것이라고 주장. 그의 좌우명은 ‘돈이 곧 정의다.’

 

후배 : 신학대학생. 목사안수 받기를 희망. 캘빈의 예정조화설을 신봉하며 선 배의 실패는 지옥 갈 사람들의 증거니 회개하라고 충고.

 

아이들: 큰 딸, 작은 아들, 외형적으로 보이는 아빠의 모습에 무조건 엄마편 이 됨.

 

보험사직원

 

 

4. 줄거리

0 사업을 하던 노자가 IMF를 맞아 부도를 맞고 실직을 한다. 아내는 비참한 현 실에 절망하며 친구들을 찾아가 취직을 부탁하던지 도이라도 꾸어오라고 노자 를 들볶는다.

0 친구들을 찾아간 노자는 아무런 부탁도 못하고 술에 만취되어 자정넘어 들어 오고, 화가 난 아내는 나가죽으라고 소리친다. 노자는 충격을 받고 저항하려 하나 술이 취해 고꾸라진다.

0 노자는 친구 3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지만 모두들 일방적으로 노자를 비난 한다. 후배는 성경의 욥기에서 ‘죄 없이 망한 자가 누구인가?’란 구절을 들어 노자에게 회개하라고 한다.

0 아무런 소득 없이 집에 돌아온 노자는 문이 잠겨 들어가지 못하고, 결국 한 마리의 강아지로 변신한다.

 

 

 

 

(막이 오르면 무대 중앙에 허름하고 좁은 외딴 집이 보이고, 왼쪽 편으로 대문이 보이며 담이 이어져 있다. 담벼락에는 빨간 스프레이 글씨로 ‘철거 대상 건물임(0월 00일까지 철거)’이라고 쓰여 있다. 집은 작은 거실과 방으 로 나뉘어 있는데 거실과 방의 한쪽에는 풀지 못한 살림 짐이 가득 쌓여있 다. 거실에는 부부가 앉아있고 남자는 한숨을 쉬어댄다. 아이들은 방안에서 밥상 위에 책을 놓고 숙제를 하고 있다.)

 

아 내 : 그 좋은 직장 때려 치고 꼴좋네. 왜 한숨은 쉬고 그래요? 재수대가리 없게. 사업 잘해 가지고 돈 많이 벌어서 호강시켜 준다며? 아이고! 고작 월세 방 에 저 산 같은 짐들은 앞으로는 영원히 펴보지도 못하겠네. 아이고! 내 팔 자야!(방바닥을 손으로 내려친다.) 애들은 커서 돈들 일만 남았는데, 나보고 어쩌라고? 나는 애들 학원이고 레슨이고 다 집어치고 내일부터 일 다닐 테 니까, 당신은 당장 도둑질이라도 해 와요! 손가락 빨 수만은 없잖아요. 그 리고 늘 친구 친구 하더니 그렇게 많던 친구들은 뒀다 어디 쓰려우? 친구 불알을 잡고 늘어져서라도 당장 취직이라도 하세요! 아니면 돈을 꾸어오든 지!

 

노 자 : 여보! 나에게 시간을 좀 줘. 나에게도 시간이 필요해. 그리고 불알이 뭐야! 애들 듣는데?

 

(아이들, 아빠를 노려보며 귀를 막는다.)

 

아 내: 툭하면 그 놈의 시간! 언제까지 시간타령을 할거야? 지금 불알이 문제요? 더 해볼까? 퇴직금 다 날리고, 집마저 담보로 날린 당신이 그런 말 할 염치가 있어요?(울어 버린다) 당장 이혼해!! 위자료 달라고!(악을 쓴다) 그 많은 돈 을 난 한 푼도 만져보지 못했어. 왜 남들은 파산신청도 잽싸게 하고 돈도 잘 빼돌리던데, 납품대금과 직원 봉급 탈탈 털어 다 주고 우리는 뭐냐구? 억울해! 그리고 이제 가난은 생각만 해도 지긋 지긋해! 아까 낮에는 동사무 소에서 그린벨트 담당공무원이 와서 불법건물이라고 당장 철거하래요. 저기 담벼락에 써진 빨간 글씨가 당신 눈에는 안 보여요?

 

노 자 : 여보, 알았어. 알았다고. 내가 잘못했으니 그만해! 내일은 친구라도 만나 볼 거야. 무슨 수가 나겠지.

(방백) 아!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구나. 주인 놈은 이곳이 그린벨트에 지은 불법건물이란 사실을 전혀 말해주지 않았어. 그러면 또 속은 것인가? 저 산더미 같은 짐을 가지고 또 어디로 간단 말인가? 돈 한 푼 남지 않았 는데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전혀 방법을 모르겠어. UN에 난민신청을 할까?

 

 

(이태원 근처, 노자와 친구 셋이 순대국 집을 지나 룸싸롱으로 들어간다. 노자 마지못해 따라간다.)

 

노 자 : 순대국 집도 좋은데……. 그리고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친구들, 노자 를 잡아끈다.)

친구1 : 야! 오랜만에 만났는데 순대국은 무슨 순대국?

친구2 : 섭섭한데! 순대국이라니? 너 우리를 그렇게 인색한 놈으로 보냐?

친구3 : 맟아, 무조건 우리만 따라와.

 

(룸싸롱 안, 러시아 무희가 화려한 불빛 아래서 누드로 춤을 추고 있다. 웨 이터가 술을 가져와 한상을 차려놓고 술잔에 술을 가득 따른다. 모두들 술 을 마구 마신다.)

 

친구1 : (어깨를 치며) 야! 지금부터 골치 아픈 얘기는 집어치우고 맘껏 마셔! 우리 가 모두 책임질게.

친구2 : 오늘은 모든 걸 잊고 신나게 마시는 거야. 야! 저 여자 몸매 죽인다. 노자, 어때?

노 자 : …….

친구3 : (노자의 어깨를 툭 치며) 건배!

모두 : 건배!

 

(친구들, 마치 노자가 챔피언이라도 된 듯이 노자를 향해 계속하여 건배를 외친다. 노자는 계속 무슨 말을 하려하나 음악이 시끄러워 소리가 끊긴다.)

 

노 자 : 야, 나 부탁이 있는데…….

친구1 : 뭐라고? 잘 안 들려.

노 자 : 부/탁/이/ 있/다/고!(또박 또박 끊어서 소리친다.)

친구2 : 뭐/라/고? 잘/ 안/ 들/려!

노 자 : (일어서며) 나/, 갈/게.

친구3 : 뭐?/ 벌/써? 2차 안 갈 거야?

노 자 : 2차? 창중스럽구만.

친구1 : 뭐/라/고?

노 자 : 창/중/스/럽/다/고!

친구2 : 창중? 그게 뭔데?

친구3 : 창/피/스/럽/다/고? 부/끄/러/워/ 마. 우/리/는/ 다/ 이/해/해! 살다보면 거지 꼴이 될 수도 있지.

 

(노자 밖으로 나온다. 노자가 나오자 친구들 마지못해 밖으로 따라 나온 다.)

 

노 자 : (방백) 지금의 내 심정을 누가 알리요.(하늘을 보며 탄식한다.) 자정이 넘었 어! 집이 수원인데……, 큰일 났다! 택시!(소리친다.)

 

(술집 밖, 도로, 친구들이 지나가는 택시를 세운다. 술이 떡이 된 노자가 택시를 탄다.)

 

 

(깊은 밤, 집에 오니 주머니에 땡전 한 푼 없다. 잠든 아내를 소리쳐 깨워 택시비를 지불한다. 아내가 술 취해서 몸도 가누지 못하는 남편을 경멸스 럽게 쏘아본다.)

 

아 내 : 얼씨구? 잘 한다. 그 좋은 직장 때려 치고 사업 망했다고 유세떠는 거유? 내일 쓸 돈도 없는데 택시비가 5만원이라니! 더 이상 못살아.

 

(아이들, 시끄러워 잠에서 깬다. 거실에 나와서 술이 취해서 비틀거리는 아 버지를 노려본다.)

 

노자 : 나는 잘못이 없어! IMF 탓이라고! 그리고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려고 사업 했어?(악을 쓴다. 아이들 귀를 막는다.)

 

아 내 : 뭐 잘한 게 있다고 큰 소리야! 얘들아! 창문 닫아! 동네창피하다.(아이들 잽 싸게 일어나 창문을 닫는다. 노자는 일어서려다 오바이트를 하고 쓰러진 다.)

 

아 내 : 꼴 좋다. 애들 앞에서, 뭐 잘했다고 소리를 질러! 지금 당신의 모습이 어떤 지 알아. 한 마리의 버러지 같단 말이야. 차라리 나가 뒈져!! 왜, 남들 처럼 돈 한 푼도 안 빼돌렸어? 우리는 어떻게 살라고!

 

(이튼 날, 아이들, 해롱해롱 누워있는 아빠를 무시하고 엄마에게만 인사하 고 학교에 간다. 아내도 출근을 위해 나간다. 노자는 비실비실 일어나 혼자 밥을 먹은 후 싱크대 앞에서 설거지를 하면서 신세 한탄을 한다.)

 

노 자 : (독백) 나가 뒈지라고? 어떻게 당신이 나에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그 릇을 내팽개친다.) 아! 내가 새파랗게 젊던 날에 병아리 같던 아내를 만나 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저 거대한 부리와 단단한 발톱에 쪼이고 채이지 않았을 텐데……. 삵괭이 같은 자식새끼들의 싸늘한 눈초리를 보지 않았 을 텐데……. 오! 철밥통을 팽개치고 사업을 하지 않았더라면……. IMF가 터지지 않았더라면…….(점점 더 작아지는 소리로 중얼거린다.)

 

 

(정부청사 근처의 식당, 점심 때, 노자와 친구1이 앉아서 삼계탕으로 식사 를 하고 있다. 소주가 한 병 보인다. 친구1은 대머리다. 흰 와이셔츠에 빨 간 넥타이를 매었다.)

 

친구1 : 야, 노자야! 너도 이집 알지? 삼계탕으로 정말 유명하지. 언제 먹어도 맛있 어.

 

노 자 : 알다마다, 요즘 산하기관에 자리는 많아? 삼계탕 잘 먹네. 내 것도 마저 먹 지 그래? 나는 속이 안 좋아서.

 

친구1 : 자리는 많지. 나도 몇 년 후에는 산하기관으로 낙하할거야. 나이 들면 눈치 가 보여서. 그나저나 어쩌다 망했니? 잘 좀 하지.(삼계탕을 끌어다 마저 먹 는다.)

 

노 자 : (화를 내며) 잘 좀 하라니? 내가 잘못한 게 뭔데? 나 열심히 했어! 내 퇴직 금과 아파트를 털어 고용도 창출했고! 그러면 나에게도 공적자금 부스러기 라도 주어야 하는 것 아냐? 정부는 왜 그 돈을 은행에만 퍼부어?

 

친구1 : (같이 화를 내며) IMF와 개인의 사업이 망한 것은 아무런 관련이 없어! 못 난 놈들이 뭔가 하다가 안 되면 항상 정부 탓을 하는 거지. 소위 좌파들 말이야. 쿠데타에 실패한 놈은 역적이야. 사업에 실패해도 마찬가지지. IMF 때 모두가 다 망한 것은 아니잖아? IMF때 부자 된 놈도 많아. 세상은 그래, 누구는 망하고 누구는 흥하고. 그래서 세상은 공평한 거지. 그야말로 이기는 게 우리 편이야. 그리고 그게 자본주의야. 가난은 나라도 구제 못한 다는 옛말이 있지, 하나도 그른 말은 아니야. 너, 여기 그만 둘 때의 그 당 당함은 어디 갔냐? 아직, 새파랗게 젊은데 또 시작하는 거야.(날개를 마지 막으로 먹고 나서 트림을 한다.)

 

노 자 : (흥분을 갈아 앉히며) IMF라는 괴물에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삶을 빼앗 기고 추풍낙엽처럼 쓸쓸한 거리를 헤매었는데? 수많은 기업이 무너졌고 대 량실업으로 국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당했어. 금융회사에서만 실직한 사람 이 6만 명이 넘어! 알아? 그런데 공무원은? 내가 알기로는 모두가 말짱해. (친구1을 노려본다.) 그리고 난 아무 잘못이 없어, 본사가 도산을 하고 법 정관리를 신청하는 바람에 줄도산을 한 거지. IMF를 일으킨 놈들은 다 쥐 새끼들이야! 다 쥐구멍으로 숨어 버렸잖아. 한 놈도 보이지 않아! 그리고 내가 망한 것은 구조적인 이유야. 나라에 달라가 없어서 시작된 거잖아?

 

친구1 : (시계를 보며)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나? 노자, 나 들어가 봐야 돼. 너도 알다시피 요즘 복무기강 단속중이라. 다음에 얘기하자.(노자의 대답도 기다 리지 않고 일어나 서둘러 나간다.)

 

(노자는 카운터에서 계산도 안하고 나가는 친구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 본다. 노자, 계산을 하고는 나온다.)

 

(공원, 벤치. 노자는 벤치에 앉아 지는 노을을 바라본다.)

 

노 자 : (독백) 쥐새끼 같은 자식! 쥐란 놈은 철학도 정직함도 없고, 언제나 어둡고 축축한 길로만 다니며, 늘 양식을 축내는 놈들이라고 생각해. 그 놈들은 자 기들 때문에 도산한 업체에게 눈곱만큼의 자비심도 없고, 회개나 개과천선 이 안 되는 놈들이지! 그 놈들은 밤이 되면 서울역 지하도에서 때에 절은 와이셔츠 차림으로 신문지 몇 장을 이불삼아 머리까지 덮고 자는 사람들이 안 보일거야. 시나리오 작가가 굶어죽어도 눈 하나 깜짝 않지.(사이) 아! 이 런 얘기하려고 온 건 아니었는데……. 좌우간 큰일 났네. 오! 집에 들어가 야 하나? 자꾸 쪼아대는 장 닭 같은 마누라도 무서워. 차라리 노숙이나 할 까? 아! 노숙을 하다 돌아가신 장금씨가 생각나는 군.(수첩을 꺼내 뒤적거 린다.) 어디 있드라? 음, 여기 있군. ‘집시의 기도’라!(일어나서 비장하게 시 를 낭송한다.)

 

「 둥지를 잃은 집시에게는

 

찾아오는 밤이 두렵다.

 

타인이 보는 석양의 아름다움도

 

집시에게는 두려움의 그림자일 뿐/…/

 

굶어 죽어도 얻어먹는 한 술 밥은

 

결코 사양하겠노라. 이를 깨물던

 

그 오기도 일곱 끼니의 굶주림 앞에

 

무너지고/…/

 

밤이 두려운 건 어린아이만이 아니다./…/

 

수치심 잃어버린 육신을 아무데나 눕힌다./…⌟

 

 

(회계사 사무실, 두 사람이 ‘파닭’을 시켜놓고 맥주를 마시고 있다.)

 

친구2 : 야, 어쩐 일이냐? 사무실까지 찾아오고? 여기 파닭 한 번 먹어봐라. 요즘 인기 짱이다. 닭튀김과 파를 같이 먹으면 느끼함을 잡아주기 때문에 아주 맛있어. 절묘한 조화랄까?

 

노 자 : …….

 

친구2 : 넌 전공이 뭐냐?

 

노 자 : 회계학이지.

 

친구2 : 회계학이라고? 야! 너는 사업하지 말고 딱 이 업종으로 왔어야 했는데, 나 는 옛날 국세청에 있었잖아? 그나마 국세청 출신이라고 버텨왔는데 이제 서서히 약발이 떨어져가. 사고 쳤을 때 바로 나를 찾아오지 그랬어?

 

노 자 : 야, 솔직히 내가 무얼 잘못했냐? 그리고 마누라도 나한테 그럴 수 있어?

 

친구2 : 잘못이 많지. 진작 찾아와서 나하고 상의 했으면 세금도 거의 안내고, 부도 즉시 위장이혼 등을 통해 재산을 빼돌려서 처자식은 먹여 살릴 수 있었을 텐데……. 망할 놈의 사업을 바로 접었어야지, 직원들을 끼고 꾸물거리다 손해가 커진 거잖아? 즉시 해고시켰어야지. 넌, 우유부단한 게 탈이야. 야, 하나님이 아담의 갈비뼈로 여자를 만들었지. 그러니 갈비뼈는 아무런 잘못 이 없어. 암 그렇고말고. 살 중의 살이요 뼈 중의 뼈라고 좋아해 놓고는 못 난 놈이 마누라 탓이지. 너 도덕적 해이란 말 알지? 사업하다 망하고도 도 덕타령 하는 놈들을 두고 하는 말이야. 그런 놈들은 누구도 도와주지 않아, 도와줘 받자 고물이 없으니까. 그러나 혈세를 수백억씩 낭비한 업체들은 즉각적인 공적자금이 투입되지. 고물이 많아야 차변 대변을 딱딱 맞출 수 가 있지, 안 그래? 그리고 정부, 국회, 사회지도층들은 차변 대변이 딱딱 들어맞을 때 멋들어진 구호를 만들어 내. 고용창출! 어때, 멋지지? 멋지잖 아!(사이) 야! 파닭 좀 먹어라. 그래 봬도 유명한 집에서 너를 위해 특별히 시킨 거야.

 

노 자 : 고맙긴 한데 속이 별로라서……. 저축은행에서 수백억씩 빼돌린 데 관여한 새끼들은 다 잡아 처넣어야해! 뉴스를 보면 죄지은 놈이 포토라인에 서서 의기양양하게 폼 잡는 꼴이라니. 마치 개선장군 같아.

 

친구2 : 그것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지, 이미 빼돌릴 것은 다 빼돌려서 처자식 은 살릴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이지. 너는 뭔가 착각을 하는데, 처자식이 남편이나 아빠를 부끄러워 할 줄 알지? 천만에! 전혀 그렇지 않아, 부끄러 워하는 게 아니라 아주 자랑스러워 한다는 거야. 자기들을 용감하게 지켜 주었으니까. 그리고 당당히 세상을 향해 소리치지, ‘대가성은 없었다.’라고. 전직 대통령이 ‘나는 29만원밖에 없다고 했어.’ 하지만 29만원 가지고 수 년째 잘 살아. 없는 놈은 그 돈 가지고 한 달도 못사는데……. 자본주의 세 계에서는 돈이 곧 정의지.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누구나 인정하는 철칙 이야. 아직도 다른 논리에 미련을 두고 있다면 그야말로 미련한 거야. 예를 들면 통일 같은 거지. 누구도 통일을 반대는 안 해, 하지만 주장하는 인간 은 없어. 국회의원 중에 유모씨가 통일을 주장하다 회기 중에 체포됐어. 감 방에서 나와서 출마했는데 떨어졌어. 왜? 빨갱이라는 거야. 오래된 얘기도 아니야. 그리고 최근에 어느 작가가 해외 유명언론에 대서특필 됐어. 왜 그 런지 알아? 해외에서 번역된 소설 중 대한민국 최초로 통일문제를 다룬 소 설이라는 거야.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데……. 금기와 장벽에 둘러싸인 한 국문단에서 노벨상? 웃기는 얘기지. 하나 더 예를 들까? 30년도 더 된 얘 기인데, 회계학 교수가 우리나라는 후진국이라 간접세의 비율이 50%인데, 선진국이 되면 현저히 낮아질 거래. 그런데 지금도 50%야. 내가 장담하건 데, 앞으로 100년이 가도 똑 같아. 정책결정자가 다 부자거든. 간접세 범벅 이 돼서 가난할수록 세금 더 내는 사회가 된 거야. 돈 없으면 죽으라는 얘 기지.

 

노 자 : 그건 그래. 하지만 이제 그러한 패러다임도 바꿀 때가 된 것 아냐? 그리고 나는 억울해. 나는 죽도록 일했어. 그런데 모두가 나를 죄인 취급해. 아, 나 도 지쳤어. 이제 취직이나 해야 할 것 같아.

 

친구2 : 노자! 네가 말하는 패러다임은 영원히 안 바뀔 거야. 왜냐? 그것은 기득 권을 포기하는 거거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선 백성에게 총질하고 대통령 을 죽이는 경우도 많아. 죽은 자도 무덤에서 파내는 세상이니까. 노자야! 나 약속이 있어서, 급히 나가봐야 돼. 지금이 우리로서는 대목이지, 회기결 산 보고가 닥쳤거든.(일어선다.) 미안해, 다음에 이야기 하자.

 

노 자 : (방백)뱀 같은 자식! 아직 부탁도 꺼내지 않았는데…….(일어서서 나온다.)

 

 

 

(친구3과 노자가 통닭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

 

친구3 : 야! 안주 좀 먹어라. 빈속에 속 버리겠다.

 

노 자 : 닭대가리! 쳐다보기도 싫다. 마누라처럼 막 쪼아댈 것만 같아. 거기다 닭발 은 왜 시켰냐?

 

친구3 : 야! 닭발은 써비스야. 싫으면 다른 집으로 갈 걸…….

 

노 자 : 내가 찬 밥 따슨 밥 가리게 됐냐? 그냥 처먹자. 내일은 후배를 만나볼 생각 이야.

 

친구3 : 그 또라이 신학자? 지난 번 서울이 잠긴다고 평화의 댐 성금 낼 때, 그 자 식이 차라리 교회에 헌금을 해서 그 돈으로 노아의 방주를 만들어야 한다 고 떠들더라니까? 종말이 가까웠다나? 개뿔도 하나 없는 가난뱅이 신학자, 안 만나는 게 차라리 나을 거야. 그리고 노자야! 넌 죽었다 깨나도 공무원 타입인데 왜 철밥통을 깨트렸니? 네가 평소 혐오하던 ‘이 세상에 돈으로 안 되는 건 없다.’ 그리고 ‘돈으로 사지 못하는 건 없다.’란 말이 이 제는 서서히 실감이 날 거다. 처음에는 그 말을 인정하는 것이 씁쓸하고 자괴감마저 들겠지. 하지만 이제는 그 말이 진리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 낄 거다.

 

노 자 : 그럼 너도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 하냐?

 

친구3 : 당근이지. 자본주의가 뭐냐? 자본 없으면 개털! 그게 자본주의 아니냐? 자 본주의라는 짐승은 인정사정 보는 일이 없어, 만족을 모르지.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신자유주의가 뭔지 아냐? 그것은 쎈 자유주의를 말하는 거야. 경제자유의 상한선과 하한선을 풀어놓고 죽든지 살든지 마음대로 하라는 말이지. 내일 그 가난뱅이 친구 만나면 물어봐라. 욥이 무슨 죄를 지었는 지? 자본을 잃고 거지가 되었지. 자본을 잃은 그 자체가 죄악이야. ‘벌은 죄를 부른다.’란 말이 바로 그런 말이야. 나의 좌우명이 뭔지 아냐? 나의 좌우명은 한마디로 ‘돈이 곧 정의다’라는 말이지. 너, 이 말을 부정하 면 위선자야.(사이) 내가 처음 장사할 때 대리점 마진이 15%였어. 그런데 카드수수료가 5%야. 말이 되는 얘기냐? 그래서 카드사에 가서 따졌더니 내가 하는 업종이 영세하고 부도율이 높아서 어쩔 수가 없대. 대형마트는 2%가 안 될 때야. 그래서 업종도 바꾸고 매출도 느니까 지금은 수수료가 반으로 줄었어. 너는 수수료가 모두에게 똑같아야 정의라고 생각하지? 아 니야, 돈 없으면 수수료도 높고, 이자율도 높지, 그게 정의야! 다시 말하지 만 자본주의에서 돈 없으면 개털이라는 얘기지. 만고불변의 진리야. 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돈이 곧 하느님이다.’라고 말해주고 싶어. 그러니 노자, 너도 어디 가서 돈 없는 표시 절대 내지 마. 돈 없다고 죽는 소리하면 그 순간부터 돈도 안 꿔줘. 그리고 세상의 모든 문들이 닫히는 거야.

 

노 자 : (방백)돼지 같은 놈! 내가 돈 꿔 달랠까봐 미리 못을 박는군.(조용히 일어선 다.)

 

친구3 : 왜? 갈려고? 술 한 잔 더해. 안주도 많이 남았는데…….

 

노 자 : …….

 

(노자, 그냥 나온다. 친구3, 어이없어 한다.)

 

 

(교회, 후배와 노자가 본당의 책상이 달린 벤치에 앉아서 얘기를 나눈다. 손에는 일회용 커피가 들려있다.)

 

노 자 : (흥분하여) 후배, 하나 물어보자. 내가 내 돈으로 사업하다 내가 망해서 괴 로운데. 친구? 그 씨팔 놈들은 나보고만 잘못했다고 지랄을 떨지. 하나도 안 도와주면서.

 

후 배 : 선배, 나는 목사가 될 거야. 그리고 여기는 본당이야. 씨팔이라는 육두문자 는 삼가 해줘! 욥기 4장 7절에 이런 구절이 있지. ‘죄 없이 망한 자가 누구 인가?’. 무슨 말인지 알아? 사업이 망한 건 선배의 죄로 인한 것이란 얘기 지. 변명의 여지가 없는 거야. 예정조화설에 의하면 천국 갈 사람과 지옥 갈 사람은 이미 예정되어 있대. 그런데 천국 갈 사람은 ‘주여 저의 죄가 큽 니다.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하고, 지옥 갈 사람은 ‘내가 무얼 잘못했는 데?’라고 한 대. 선배! 빨리 회개하세요.

 

노 자 : (갑자기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친다.) 내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데 뭐가 죄야? 너도 똑같은 놈이군. 에라, 개새끼! 목사가 되겠다고? 신도 들이 걱정된다! 너도 닭 좋아하냐?

 

후 배 : (참으며) 선배, 그래도 이 세상에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어! 그리고 선배도 그 성질머리 좀 고쳐. 부정부패에 흥분하던 시대는 다 지나갔어. 누 구도 그런 문제를 가지고 촌스럽게 흥분하지 않아. 요즘 젊은이들은 무조 건 귀를 틀어막지. 나나 되니까 듣는 시늉이라도 하는 거야. 그리고 우리 교회로 와. 내가 선배의 새까만 죄를 눈같이 희게 다 씻어줄 테니까. 그리 고 선배! 마침 식사시간인데 우리교회 식당에서 식사나 하고 가요. 오늘 메 뉴가 닭도리탕이거든.

 

노 자 : 너나 실컷 처먹어라.(일어서서 나온다)

 

노 자 : (독백) 사탄이 따로 없군! 그러니까 너도 내가 죄인이라는 말이지? 아! 미 치겠다.

 

 

 

(집, 아내와 노자가 마주앉아있고, 아이들은 방안에서 밥상 위에 책을 놓고 숙제를 하고 있다.)

 

아 내 : 당신, 친구들 만난 건 어찌됐어요?

 

노 자 : 응, 아직……. 다시 만날 거야. 조금 있다가 전화를 해서 한 놈씩 못을 박 아야지.

 

아 내 :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그렇게 미적미적해서 되겠어요? 옛날에 당신한테 다들 신세를 졌잖아요. 돈이라도 꾸어 봐요.

 

노 자 : (다급히) 염려 마, 친구 불알을 잡고 늘어질 게!

 

아 내 : 이인, 애들 듣는데 못하는 소리가 없어. 불알이 뭐요? 그리고 당신은 그 흔 한 보험 하나 안 들었어요?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병들어도 다 죽어 가도! 띠링, 띠링, 전화 한 통! 100세까지 보장!

 

노 자 : 여보! 그만 좀 해! 내가 보험인데.

 

아 내 : 뭐라고요?(눈을 부릅뜬다.)

 

노 자 : (방백) 보험?

 

(노자, 아내 몰래 보험증서를 들고 밖으로 나와서 보험사에 전화를 한다.)

 

노 자 : 저, 보험사죠?(주위를 살피며 목소리를 낮춘다.) 저 노자라고 하는데요. 제 가 든 보험의 해약환급금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려고요.

 

보험사직원: 노자씨라고요. 가만있자……, 지급이 정지되었는데요. 압류가 되었군요.

 

노 자 : (보험증서를 손에 들고) 여보세요! 보험금이 지급정지 되다니요? 본인한테 통지도 않고 그럴 수가 있어요?(크게 소리친다.)

 

보험사직원: 법원이 보낸 출석통지서를 못 받았어요? 이사를 다녔나요? 노자씨가 2 회 이상 불출석해서 궐석재판에서 정해진 거예요. 보증보험사에 대출이 있 으셨군요. 고객께서 그런 일이 있기 전에 미리 해약을 하셨어야죠. 우린 아 무런 잘못이 없다구요.

 

노 자 : 그럼, 내가 잘못했다는 말인가요?

 

보험사직원: 빙고! 딱 맞추셨습니다. 권리 위에 주무셨군요. 제가 장담하건대 아마 선생님의 다른 보험과 예금도 마찬가지 신세일 겁니다.

 

노 자 : (큰 소리로) 내가 잤다구요? 진짜 열 받네.(화를 낸다.)

 

보험사직원: 흥분하지 마시고요. 제가 잘 설명해 드리죠. 법 원리적으로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말이 있지요. 즉 자기의 권리를 적극적으 로 행사하지 않는 자는 그 권리를 누릴 자격이 없으며, 따라서 법적으로도 그 권리를 지켜줄 수 없다는 말이지요.

 

노 자 : 야! 불알이 빠지도록 뛰어다녔는데 자빠져 잤다고? 너, 죽을래? 그리고 보 험가입 때 핸드폰번호부터 시작해서 온갖 정보를 다 받아놓고서 최소한 이 런 사실은 알려주는 것이 보험사의 의무 아냐? 너도 의무 위에 자빠져 잤 군, 개새끼!(전화를 끊고 보험증서를 땅바닥에 던지며 그대로 주저앉아 머 리를 감싼다.)

 

 

(노자, 시내의 공중전화박스에서 동전을 한쪽에 쌓아놓고 통화를 하며 열심 히 동전을 전화통에 쑤셔 넣는다. 무대 한편으로 친구1, 친구2, 친구3, 후 배가 차례로 등장한다. 노자, 차례로 전화를 건다.)

 

친구1 : 지금은 곤란해 요즘이 국정감사기간이라……. (노자, 쾅!하고 수화기를 내 려놓는다. 다시 동전을 넣고 전화를 건다.)

 

친구2 : 지금이 결산기간이잖아, 눈코 뜰 새가 없군……. (노자, 쾅!하고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다시 동전을 넣고 전화를 건다.)

 

친구3 : 지방에 내려왔어, 그리고 요즘은 성수기라 바빠……. (노자, 쾅!하고 수화기 를 내려놓는다. 다시 동전을 넣고 전화를 건다.)

 

후 배 : 선배 어서 와, 지금 부흥회 기간이거든. 수고하고 짐 졌으니 이제 내려놓고 죄 사함 받아야지. 내가 눈보다도 더 희게 씻어줄게. (노자, 전화기를 팽개 치고 주저앉는다. 전화기에서 뚜뚜하며 발신음이 들린다.)

 

노 자 : (독백) 아! 내가 잘 나갈 때 그렇게도 자주 찾아오던 놈들이 이제는 모두가 바쁘다고 도망가고, 후배란 놈은 아예 죄인취급하고……. 이제 어떡하나? 세상의 문들이 모두 닫히고 있네…….

 

암 전

 

 

 

(늦은 저녁,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집 앞에서 노자는 소리를 지르고 문 고리를 세게 잡아당긴다. 몇 번을 잡아당겨도 열리지 않자 노자는 집에 들 어가지 못하고 문 앞의 공터에 쭈그리고 앉는다. 추워서 떨다 다시 들어가 려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두려워한다.)

 

노 자 : (일어서서 크게 소리친다.) 문 좀 열어줘! 나야, 나! 나는 아무 죄도 없다 구.

 

아이들: 밖에 무슨 소리가 들려요.

 

엄 마 : 바람 소리야. 너희들은 신경 쓰지 마!

 

(아이들, 귀를 틀어막는다.)

 

노 자 : (독백) 그래! 난 사람이 아니야. 사업에 쫄딱 망한 거지잖아! 이제부터 짐승 이 되는 거야. 내가 짐승이 되지 않고는 절대 저 문을 통과할 수 없어! 왜 진작 그걸 몰랐을까?

 

(노자, 다시 주저앉았다가 갑자기 엎드려 네발로 기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허공을 향하여 머리를 쳐들고 혼자서 교대로 말을 주고받는다. 마치 실성 한 사람 같다.)

 

노자1 : (기어서 앞으로 나아가며) 노자야! 너무 서러워 마라. 그들은 다 짐승이야! 너는 잘못이 없어.(‘철거대상 건물’이라는 빨간 글씨가 쓰여 진 담벼락을 따라 기어가다 되돌아온다.)

 

노자2 :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래도 너는 날 이해해 주는군. 고마워.(방향 을 돌려 되돌아온다.)

 

노자1 : 당근이지! 우리야말로 진정한 사람이거든, 그런데 그들은 다 짐승이야! 마 누라는 장닭이고 자식새끼들은 삵 괭이고.(되돌아온다.)

 

노자2 : (담벼락을 바라보며) 철거대상이라……. (사이) 친구들은?(되돌아온다.)

 

노자1 : 공무원 하는 놈은 공짜 좋아하는 쥐새끼고, 회계법인 사무장은 차갑고 교 활한 뱀이고.(되돌아온다.)

 

노자2 : 옳거니! 그럼 장사꾼은?(되돌아온다.)

 

노자1 : 그 놈은 돼지야. 욕심이 똥까지 찼어. 그리고 후배 놈은 주둥이만 살아있는 사탄이야.(되돌아온다.)

 

노자2 : 맞아. 네 말이 참말이고말고. 아! 너무 춥다. 들어가자. 그런데 문이 열 려야 들어가지.(되돌아온다.)

 

노자1 : 저 문이 왜 안 열리는지 알아?(되돌아온다.)

 

노자2 : 몰라. 뭔데?(되돌아온다.)

 

노자1 : 저 문 옆에 문지기가 서있는데 보이냐?(되돌아온다.)

 

노자2 : 안 보이는데?(되돌아온다.)

 

노자1 : 사실은 나도 안 보여. 너나 나나 죄가 없기 때문이지. 그러나 문지기는 곳 곳에 숨어있어, 그리고 문지기들은 죄 없는 사람은 절대 통과시키지 않아. 문은 짐승에게만 열려있지.(되돌아온다.)

 

노자2 : 뭐라고? 그럼 어떻게 하지?(되돌아온다.)

 

노자1 : 저 문을 통과하려면 아주 죄 많은 짐승이 되어야만 해, 하이에나나 늑대 같은……. 그래서 지금부터 우리도 귓구멍을 틀어막고 인정사정 봐주지 않 고 무조건 쪼아대는 짐승이 되는 거야. 그것도 아주 잔인한…….(갑자기 허 공을 향해 울부짖는다.) 크르릉!! 어때?(되돌아온다.)

 

노자2 : 괜찮은데! 네 말이 맞아! 옛날에 친구들은 회, 순대국, 해물탕, 삼겹살, 돼 지갈비 등, 아무 것이나 가리지 않고 먹었지만 계집애들처럼 만나자 마자 통닭은 안 먹었어. 이제부터는 주는 대로 처먹고! 쥐새끼처럼 꿈도 꾸지 말 고. 크르릉!!(되돌아온다.)

 

노자1 : 그래, 그거야. 이 명박(冥薄)스런 세상에서 꿈이란 너무 사치스럽고 잔인해. 이제부터는 사료를 처먹는 거지. 찬 밥 따슨 밥 가리지 말고. 컹! 컹!(되돌 아온다.)

 

노자2 : 돼지처럼 탐욕스럽게! 정의! 이딴 소리 하지 말고! 컹! 컹!(되돌아온다.)

 

노자1 : 그래! 재밌다. 뱀처럼 교활하게, 그지? 켕! 켕!(되돌아온다.)

 

노자2 : 그래, 이 세상 누구도 가난뱅이에게 귀 기울이지 않아. 개 같은 경우지. 켕! 켕!(되돌아온다.)

 

노자1 : 너도 이제 깨달았냐? 세상의 모든 귀는 부자에게로 이미 떠났어. 아이들마 저 귀를 틀어막지. 멍! 멍!(되돌아온다.)

 

노자2 : 그 동안 우리가 부르짖었던 말들은 한 마디도 귓구멍을 통과하지 못했어. 웃기는 세상이군. 멍! 멍!(되돌아온다.)

 

(아이들, 창가에 다가가 귀를 기울인다.)

 

아이들: (귀를 기울이며) 밖에 개가 짖나 봐요.

 

엄 마 : 응? 이제 무슨 소린가 들리네. 아빤가 보다. 네 아빠도 이제 변했나보다. 지가 철들 때도 됐지. 애들아 문 열어줘라.

 

(아이들이 문을 열자, 추워서 벌벌 떠는 강아지 한 마리가 꼬리를 열심히 흔들면서 들어온다.)

 

강아지: 끙! 끙!

 

아이들: 엄마! 개새끼!!(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동시에 소리친다.)

 

 

 

출처 : 시나리오작가
글쓴이 : 우공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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